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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조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디드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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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 기자
입력 2019-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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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우아한 붉은색 가운을 선물 받았다. 그걸 입고 책상 앞에 앉아 있노라니, 낡은 책상이 거슬렸다. 책상을 새것으로 바꿨더니 이번엔 벽에 걸린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그림을 바꿨다. 그러고 나니 그림이 방안 전체와 어우러지지 않았다. 결국 다른 가구와 양탄자, 인테리어까지 바꾸기에 이르렀다."

이 글은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의 에세이 '나의 오래된 가운을 버림으로 인한 후회'에 수록된 일화다. 친구에게 선물 받은 붉은색 가운 하나로 집안 인테리어까지 바꾸는 결과까지 이어지자 디드로는 자신이 고작 '가운의 노예'가 됐다며 씁쓸해했다.

여성들이라면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결혼식에 가기 위해 원피스를 사면 그와 어울리는 신발에 외투, 액세서리까지 구매했던 후회 막심한 기억들을···. 이렇게 하나의 물건을 구입한 후 그 물건과 어울리는 다른 제품을 계속 구매하는 소비현상을 미국 사회학자 그랜트 매크래켄은 디드로의 이름을 따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라고 명명했다.

기업들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동질성을 추구한다는 점을 깨닫고 '디드로 효과'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는 라이언, 어피치 등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 인기가 급상승하자, 이와 결합시킨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쏟아내 큰 효과를 이끌어냈다. 예를 들면 라이언이 들어간 휴대폰 케이스, 라이언이 들어간 노트, 라이언이 들어간 서류철 등 모든 제품을 라이언이 들어간 상품으로 꾸미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디드로 효과를 가장 잘 이용한 IT기업은 애플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제품 디자인과 모델명, 로고에 통일감을 줘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이끈다. 아이폰, 아이패드에 어울리는 에어팟과 애플워치, 최근엔 애플펜까지 '애플 제품이 나오면 무조건 사야 한다'는 충성 고객까지 탄생시켰다.

문제는 '디드로 효과'가 그다지 필요치 않은 제품까지 사야 하는 충동구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제품의 기능성보다는 정서적인 동질성을 추구하거나 남에게 과시하려 할 때 '디드로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결국 생각지도 않은 지출 이후 만족감보다는 '내가 왜 샀지'라며 뼈저린 후회를 하게 된다.

붉은 가운과 함께 강림하신 지름신의 유혹 앞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소비에 주저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고민해보자. 소비하는 순간 누리는 잠깐의 기쁨 뒤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카드 고지서를 손에 쥔 채 디드로처럼 후회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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