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로 7경448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국가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나왔다. 특히 미국의 국가부채가 급증하면서 성장률 둔화 우려가 높아질 뿐더러 자칫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글로벌 국가부채가 66조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80%에 달하는 규모로 파악된다. 2007년과 비교할 때 갑절로 불어난 상황이다.
선진국 부채는 2012년 이후로 50조 달러(5경6430조 원) 안팎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지만, 미국의 국가부채가 급증세를 나타낸 것이 차이를 보였다.
미국 부채는 해마다 1조 달러가량 늘어나면서 지난해 말에는 21조90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정도였다. 피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2년간 10% 가량 부채가 늘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가부채는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4개국 국가부채보다도 10배 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4개국 국가부채는 2조 달러대에 그친다.
2012년 10조 달러 규모였던 신흥국 국가부채도 지난해 말 15조 달러로 늘었다.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국가부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임스 매코맥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헤드는 "국가부채가 높은 수준이며 금리 상승기와 맞물린 금융긴축 상황에 취약하다"며 "정부 부채가 많아진 일부 국가에서는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재정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글로벌 국가부채 속에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달 초 국회 예산정책처가 기획재정부의 재정전망에 기반으로 발표한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국가채무(D1,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채무)는 701조3549억1649만8096원에 달했다. 통계청이 추계한 2019년 인구를 5181만명으로 볼 때, 국민 1인당 국가 채무가 1353만6740원에 달하는 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국가채무상황을 보면, 2017년 660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700조500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말에는 740조8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초에 128만원씩 빚이 늘어난다는 계산도 나온다.
더구나 국회예산정책처의 '2019~2050년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중앙·지방정부 국가채무는 2030년 1240조9000억원까지 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이어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2040년에는 1930조8000억원으로 늘어난 뒤, 2050년에는 2863조8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2020년까지는 40%를 밑돌다가 2030년에는 50%를 넘어선 이후에 2040년 65.6%, 2050년 85.6%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기까지 했다. 이는 현 상태의 글로벌 국가채무 비율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갈수록 국가 경제에 대한 기대치는 갈수록 떨어진다. 수출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여전히 반도체 시장에 매몰돼 있어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며 헛발질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인구가 줄고, 생산성의 총량과 효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국가 부채를 낮출만한 동력이 있는 지 걱정스럽다"며 "당장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제로 수준으로 치닫게 될 경우, 우리 경제에 대한 파급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경제 상황으로서는 더욱더 대비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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