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체가 망하면 납부금 돌려받을 수 있나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면서 고민해야 할 문제들은 얼마나 많을까요?

수능을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은 성적 스트레스, 대학 졸업을 앞둔 청년들은 취업 걱정, 30대 직장인들은 결혼 압박, 그 이후에는 주택, 자녀들 교육, 노후대책 등 너무나 많은 걱정거리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어쩌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문제를 걱정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우리의 인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가장 마지막 순간에 하게 될 걱정은 무엇일까요?

저는 ‘죽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죽으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나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있을까. 재산이 남아 있다면 어떻게 배분해야 할까. 그리고 나의 사후(死後)는 누가 책임져줄까.
 

[사진=아이클릭아트]

‘품앗이’, ‘두레’라는 단어가 생소해지는 대신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가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핵가족‧1인 가구가 보편화할수록 장례에 대한 걱정은 이 생의 끝에 서기 전 마지막 고민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상조 가입자는 작년 기준 539만명에 달합니다. 이들이 낸 선수금은 5조원을 넘어섰고요. 2013년 선수금 규모가 3조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보통 상조회사라고 하면 선불식 상조업체를 말합니다. 프리드라이프, 보람상조 등 상조 상품에 가입해 매달 일정 선수금을 내면 가입 대상자가 상을 당했을 때 수의, 상복, 관, 장의차, 장례지도사 지원 등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서비스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목돈이 들어갈 일이 없고, 장례를 치르기 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상조 상품을 비교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상을 당하고 허겁지겁 당황할 일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문제는 가입한 상조업체가 폐업했을 때 발생합니다. 사실 상조업체가 폐업하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작년에도 23개의 업체가 문을 닫았고, 매년 20~30개사가 폐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십에서 수백만원의 선수금을 냈는데, 그 업체가 망해버린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행법상 상조업체는 고객이 납부한 선수금의 50%를 은행이나 공제조합(상조보증공제조합, 한국상조공제조합)에 예치해둬야 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업체가 망해도 고객은 50%의 납부금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나머지 50%는 어떡하죠?

안타깝게도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방법은 없습니다. 상조상품을 선택할 때 안마의자나 크루즈 상품 패키지 등에 현혹되기보다 해당 업체의 재정 건전성, 지급여력비율, 부채비율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부실 업체에 가입하고, 그 업체가 망해버렸다고 해도 방법은 남아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체 서비스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환급받는 50% 예치금으로 다른 우량 업체 상품에 가입해 상조 서비스를 받게 해주는 제도로, 만기 불입한 소비자가 부담하는 추가 비용은 없습니다.

각 운영 주체별로 ‘내상조 그대로’(은행), ‘장례이행보증제’(상조보증공제조합), ‘안심서비스’(한국상조공제조합) 등 제도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상조업체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24일부로 상조업체 자본금 요건이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늘어나면서 많은 영세 업체들의 등록이 취소될 예정입니다.

향후 80여 개 상조업체가 운영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상조 상품 가입을 원하는 분들은 업체별 특징을 꼼꼼히 살펴보고 선택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