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자정을 넘긴 시각, 아파트 각 층에서는 축구 아시안컵을 응원하는 국민들의 함성소리가 퍼졌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바레인을 극적으로 꺾었기 때문이다. 연장전 전반 종료 휘슬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수비수 김진수의 헤딩골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며 2대 1의 짜릿한 역전승을 한국팀에 안겨줬다. 24일 오후 10시에는 베트남과 일본의 8강전이 예고됐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국가대표팀이어서 '작은 한일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상황에도 그나마 국민들에겐 축구가 위안이 되는가 보다.
사실 24일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1.7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한 날이다. 여기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기존 2.7%에서 2.6%로 하향조정됐다.
금통위는 대체적으로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하향 조정은 그만큼 생산성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의미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과 수출업이 산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업 구조조정 등으로 조선·자동차 산업은 바닥을 드러내며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의 일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수출의 경우,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어닝쇼크 등으로 벌써부터 둔화세가 예고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반도체 둔화세가 일시적이며 하반기에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글로벌 경제가 둔화세로 접어들면서 변동성은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여기에 영국의 브렉시트 합의 부결로 유럽경제발 금융시장 역시 도통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막판 협상 타결에 기대가 높지만, 불확실하다. 해결되더라도 전쟁의 상흔은 여전히 양국을 비롯해 주변 국가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신성장동력을 갖추자는 구호는 많았지만, 혁신성장 등 부문에서 한국 경제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새로운 먹거리산업 발굴은 당분간 요원하다는 말도 나온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글로벌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이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유지키로 했다. 지난해 11월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가 영국에 자리잡은 피치 본사를 방문해 신용등급 상향을 설득했지만, 피치의 평가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이같은 어두운 경제상황 속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게 최근 아시안컵이라는 얘기가 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A급 선수로 평가받으며 한창 물이 오른 손흥민 선수가 출격했다는 데서부터 이슈가 됐다.
여기에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의 '매직'에 한국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베트남 대표팀의 축구경기 시각엔 유명 드라마 역시 결방할 정도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일자리는 줄어들고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스포츠는 그런 걱정을 다소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국내 부정한 정치상황 등을 감추기 위해 스포츠를 활성화시킨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지만, 아시안컵이 끝난 이후부터는 침체된 경제의 한파가 불어닥치는 것은 아닐 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