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의회 지도부가 단기 예산안에 합의하면서 미국 셧다운(연방정부 업무 정지) 문제가 일단락됐다. 다만 이번 예산안에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단기 예산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셧다운을 끝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셧다운은 내달 15일까지 3주간 임시 해제되고 업무가 중단됐던 연방 정부도 재가동을 시작한다.
이번에 합의된 단기 예산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57억 달러 규모의 장벽 예산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벽 예산 요구가 수용되기 전까지 타협은 없다며 배수진을 쳤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선 데는 여론 악화에 따라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지지율이 하락한 데다 업무 정지와 임금 지급 지연 등으로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하루 전날인 24일 미 상원 전체회의에서 '트럼프 타협안'과 '민주당 수정 예산안'이 가결 정족수(60표)를 채우지 못해 부결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셧다운으로 인해 무산됐던 '29일 국정 연설'을 다시 본궤도에 올리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은 "셧다운 장기화에 따른 압박이 가중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못해 굴복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여야는 셧다운 해제 기한인 2월 15일까지 3주간 상·하원이 동시에 참여하는 양원 협의회를 구성, 국경 안전 문제를 다시 조율할 예정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2월 15일 셧다운 재돌입 또는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기는 등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5일 만에 임시 해제된 미국 셧다운은 앞서 작년 12월 22일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 문제를 두고 해결책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미국 셧다운이 30일은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셧다운 최장 기록은 1996년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의 21일로, 트럼프 정부가 23년만에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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