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철도, 고속도로, 공항, 창업단지, 국립병원 등 전국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중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아 조기 착공될 사업이 오는 29일 발표된다.
2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최종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전국 17개 시·도가 신청한 사업들로 국가균형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대규모 공공투자 프로젝트가 대상이다.
앞서 전국 17개 시·도는 건설 공사 33건, 70여조원 상당에 대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예타 면제를 신청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이 선정 대상이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신청한 사업은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에서 신청된 사업은 서울시의 동부간선도로 확장, 인천시의 GTX-B 건설사업(5조9000억원)과 강화-영종평화고속도로 사업(1000억원), 경기도의 전철 7호선 도봉산-포천 연장사업(1조391억원)과 신분당선 수원 호매실 연장사업(1조1646억원) 등이다.
수도권이 아닌 시·도에서는 시·도별로 1건씩 면제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경제활력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낙후 지역은 예비타당성조사 경제성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기에 지역균형에 한계가 있어 면제를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전지역 경제인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시급한 지역 인프라 사업에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트랙을 시행하고 있다"며 "원활하게 균형발전이 이뤄지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도권은 인구가 많고 수요도 많아 예비타당성 조사가 수월하게 통과되지만, (지역은)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번번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사업(8000억원), 세종-청주간 고속도로 사업(8013억원), 충남 석문국가산단 인입철도 사업, 충북 충북선 철도고속화 사업(1조4500억원)에 대해 예타 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1분기에 대규모 공공투자 프로젝트 중 예타 면제 지원사업을 확정하고, 올해 중 사업착수 비용 지원 등 패스트트랙을 통해 조기에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업 선정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광역권 교통·물류 기반 구축, 지역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추진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1999년 도입된 예타는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의 정책적 의의와 경제성 등 타당성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증·평가해 사업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예산 낭비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가재정법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으로 건설이나 정보화 사업, 국가연구개발 사업, 사회복지·보건·교육·노동·문화·관광·환경보호·농림해양수산·산업·중소기업 분야의 사업 등에 대해 예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타 평가항목은 경제성(35∼50%), 정책성(25∼40%), 지역균형발전(25∼35%) 분석 등이다.
경제성 분석은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편익/비용 비율이 1보다 클 경우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정책성 분석은 해당 사업과 관련된 정책의 일관성과 사업준비 정도, 사업 추진상의 위험요인, 고용효과 등을 평가한다.
지역균형발전 분석은 지역 낙후도 개선, 지역경제 파급효과, 고용유발 효과 등 지역개발에 미치는 요인을 평가한다.
다만, 지역균형발전이나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 사업목적과 규모 등 구체적 사업계획이 수립된 사업이나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해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은 예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지역 간 현저한 불균형의 해소나 광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기반시설 지원사업, 경기침체, 대량실업, 환율 급변동 등 대내외 중대한 여건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히 추진되는 사업 등이 대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 따르면 1999년 예타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17년 말까지 국도·국지도를 포함해 도로나 철도, 항만 건설사업이나 정보화 사업 등에 대해 모두 767건의 예타가 수행됐다.
타당성 유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예타를 통해 약 141조원의 예산이 절감된 것으로 집계됐다. 예타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확보율은 47.4%, 종합적 타당성 확보율은 평균 63.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근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의 총사업비 규모가 크게 증가했으며, 국가 정책적인 추진 필요성에 따른 면제 비중이 급증했다.
면제 사업 수는 2015년 13건, 총사업비 1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6건, 총사업비 12조원으로 급증했다.
국가 정책적 사업을 사유로 면제된 사업 수는 2015년 1건에서 2018년 16건으로 증가했고, 전체 면제 사업의 총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10.8%에서 지난해 92.0%로 늘었다.
예타 없이 추진된 사업 중 실패한 사례로는 2009년 4대강 사업, 2010년 전남 영암 포뮬러원(F1) 건설사업 등이 꼽힌다. 반면에 예타를 통과한 사업 중에서도 의정부 경전철 등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지자체들이 수요를 과다 추정하는 등 '뻥튀기'를 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예타 도입 20년을 맞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타 대상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에서 1000억원(국비 5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도록 국가재정법 개정안의 통과를 추진한다.
또 낙후 지역 배려를 위해 예타 평가항목 중 지역균형발전 평가를 강화하고 사회적 가치를 평가항목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제도 발전 방향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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