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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 일정이 다음달 5일로 확정됐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초청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락하면서다.
트럼프의 국정연설이 다음달 말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잡힌 만큼 대북 메시지가 포함될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다음달 25일 하원 회의장에서 국정연설을 할 수 있도록 초청한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화통화를 통해 이미 날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답장 형식으로 초청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초청을) 수락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우리는 말해야 할 훌륭한 이야기가 있고, 성취해야 할 훌륭한 목표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은 매년 1월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국내외 정세를 보고하고, 향후 1년간의 전반적인 정책 방향을 표명하는 국정연설을 한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연설로 주요 방송사가 생중계한다. 보통 하원 회의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하원의장이 국정연설 여부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펠로시 의장이 이번에 이 권한을 제대로 보여줬다. 그가 '셧다운' 사태가 해소되기 전에는 국정연설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하원 회의장에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29일로 예정된 국정연설 일정을 미뤄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트위터를 통해 국정연설 연기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외신들은 트럼프가 펠로시에게 굴복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에서 국정연설이 연기된 건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폭발한 1986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일정이 가까스로 재조정된 건 지난 25일 그가 3주짜리 임시 지출안에 서명하며 셧다운 사태가 일단락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22일 연방정부 기능이 일부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싸고 대치하면서 새 예산안 처리가 미뤄지면서다. 이번 셧다운은 22일차부터 연일 역대 최장기 기록을 갈아치우며 우려를 고조시켰다.
국정연설 일정이 정해지면서 관심은 그 내용에 몰리게 됐다. 그는 지난해 첫 국정연설에서 강력한 고용지표 등을 내세워 감세를 비롯한 경기부양책 효과 등 자신의 치적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 지난해 성장률은 3%대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가 자신의 대표적인 공으로 내세워온 뉴욕증시의 랠리 행진은 지난해 말 고꾸라졌다. 셧다운이 장기화하는 동안 트럼프를 탓하는 여론도 비등해졌다. 트럼프는 그럼에도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의 당위성 등을 강조할 전망이다.
대북 메시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대북 압박기조를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가 우리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고의 압박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다음달 말 2차 회담이 예정된 만큼 대북 발언이 있다면 어조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국내 정치적 입지가 여의치 않은 만큼 대북 외교 성과를 뽐내는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기대 이상의 평가나 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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