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교의 페널티] ‘느림보’ 한국 축구, 일본 따라잡기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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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9-01-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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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전 일회용으로 전락한 '손흥민 카드'.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란의 멘탈까지 붕괴시킨 일본 축구는 놀랍도록 빠르고 정확했다. 마치 일본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이 여럿 뛰는 듯했다. 한국은 딴판이었다. 대표팀 손흥민이 있었지만, 토트넘 손흥민은 없었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1년 사이 월드컵 16강과 아시안컵 결승 진출을 이룬 일본과 한국의 수준 차이는 컸다.

일본은 29일(한국시간) 사실상 결승전으로 불린 이란과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에서 3-0으로 완승했다. 이미 아시안컵 최다 우승국인 일본은 결승에 진출해 통산 5번째 우승을 넘볼 수 있게 됐다.

국내 팬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만했다. 59년 만의 우승을 꿈꿨던 한국은 8강 문턱도 넘지 못했고, 15년 만에 4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란과 일본을 피하기 위해 조별리그 3차전에서 ‘손흥민 카드’를 꺼내는 강수로 결승행 ‘꽃길’을 선택했던 한국의 조기 탈락은 충격을 넘어 허망했다.

일본은 강했다. ‘중동의 강호’ 이란을 만나자 일본 축구의 본색이 드러났다. 이번 대회에서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한 방에 뒤집은 압승이었다. 일본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룰 수 있었는지 증명했다.

일본은 한국과 준비 과정이 달랐다. 장기적 플랜이 확실했다. 아시안컵만 바라보지 않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겨냥한 하나의 단계였다.

일본의 아시안컵 선수 구성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그동안 일본 대표팀에서 보였던 낯익은 이름은 없었다. 혼다 게이스케, 가가와 신지, 오카자키 신지, 하세베 마코토 등 일본 축구를 이끌던 핵심 선수들이 아시안컵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들은 모두 서른을 훌쩍 넘긴 베테랑들이다.

대신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가능성을 보고 유망주들을 대거 발탁해 아시아 최고의 무대에서 경험을 쌓게 했다. 일본이 조별리그와 16강, 8강 토너먼트에서 약체를 상대로도 고전한 이유다.

하지만 이란전에서 일본 선수들은 공격 본능이 살아났다. 앞선 5경기에서 5연승 행진을 벌이며 생긴 자신감이 그들을 깨웠다. 이보다 우선 된 건 기본기였다. 일본의 개인기는 뛰어났고, 패스 정확도도 높았다. 젊은 선수들의 로테이션으로 체력도 충분했다.

삼박자가 갖춰지니 공수 전환의 스피드는 엄청났다. 일본의 많은 선수들이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에서 뛰면서 축적한 재능과 기술을 마음껏 뽐냈다. 체격 조건이 월등한 이란 선수들은 맥을 추지 못했다.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앳된 모습의 일본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일본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뜻밖의 수확을 했다. 아시안컵 결승 진출로 인한 기대주들의 경험이다. 한국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할 것은 일본의 결승 진출이 아니다. 일본은 세대교체를 통해 미래를 바라보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아부다비 참사’ 이후 모든 비난의 화살이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향했다. 변화를 거부한 벤투 감독의 전술적인 한계와 한정적인 선수기용의 폭도 문제가 됐다. 단기적인 플랜 B도 없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뛰는 건 결국 선수다. 아시안컵에서 여실히 드러난 한국의 기본기는 수준 미달이었다.

최고의 유럽 무대에서도 통하는 손흥민의 스피드를 살릴 수 있는 그 무엇도 없었다. 개인기 부족으로 돌파하는 선수도 없었고, 전방으로 찔러주는 날카로운 패스도 찾기 힘들었다. 무의미한 크로스와 잦은 패스 실수는 흐름을 깨기 일쑤였다. 베테랑 기성용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드러난 중원의 공백은 한국 축구의 한계였다. 감독이 아닌 선수들의 탓이다.

17년 전 ‘월드컵 4강 신화’의 단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국 축구는 ‘아시아 맹주’의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아시아 최고 권위의 무대에서 59년간 정상을 밟지도 못했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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