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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시샘]바다와 나비 - 김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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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19-08-21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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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알고 간 것은 아니다. 몰랐기에 무섭지 않았다. 가고 나서도 바다인줄 모르고 무밭인가 해서 내려가 보기도 했다. 가도가도 바다. 어딘가에 낙하해야 할 텐데 어디 발 디딜 데가 없는 어린 나비.

"엄마, 내가 갈게." 1941년 계급장 없는 누런 옷을 입은 일본사람들이 집에 찾아와 복동이가 안 가면 재산을 다 빼앗는다고 했다. 그때 소녀는 무서운 마음에 그렇게 불쑥 말했다.

국화꽃 속 웃는 사진 앞에서 대통령이 절을 했다. 이제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시라고 조문객 방명록에 썼다. 위안부를 나비라 한 것은, 그 마음속에 든 납덩이 같은 무게를 덜어주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김기림 시인의 저 나비처럼 발 디딜 곳 없이 평생을 내달려 왔던  고단한 날갯짓을 살핀 것일까. 3월도 아직 머언 1월 끝, 새파란 그믐달이 시린 날, 희디흰 김복동 나비를 보내드리며.

                                         이빈섬(시인.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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