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 잇고 싶지만 막막···가업승계 제도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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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기자
입력 2019-02-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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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오프린텍 오너2세 신윤정 이사 "中企 90% 높은 규제로 포기"

  • 상속세 50%로 OECD 중 최고···가업상속 공제 요건 개선 절실

신윤정 네오프린텍 이사는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가업승계 제도 개선과 세금 감면 등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아주경제]

"중소기업 오너가 고령으로 인한 건강악화 등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가업승계지원 제도입니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 보면 현실은 막막해 집니다." 

패키지 제조업체 네오프린텍의 2세 경영인 신윤정 이사는 31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가업에 축적된 경영 노하우와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살펴보니 사전·사후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상속 포기가 유리한 것은 아닌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행 ‘가업상속 공제 요건’을 완화해 조만간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하면서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가업승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창업주인 신장섭 대표이사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1980년 설립된 네오프린텍은 인쇄·출판·패키지 제작 전문 기업이다. 

세계인쇄회의(WPCF)에 따르면 국내에는 1만8500개의 인쇄회사가 있다. 이들의 총 매출액은 8조원 규모다. 대부분의 회사가 10인 미만의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종업원수가 10명 이상인 회사는 6% 정도이며, 이들이 전체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네오프린텍은 인쇄 업계에서 매출액 기준 상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신 대표의 둘째 딸인 신윤정 이사가 네오프린텍에 합류하면서 전통적인 매출부문인 인쇄와 출판 부문 외에 패키지 제작 부문에서 매출이 늘고 있어 업계 상위권 유지가 가능했다. 10년 간 외국계 제약회사 마케팅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신 대표의 첫째 딸 신윤주 사장도 지난 2017년 회사에 합류, 지난해 네오프린텍의 매출은 약 250억원으로 2년 만에 두배 가까이 올랐다. 신장섭 대표의 장인형 리더십과 신윤주 사장의 아이디어, 신윤정 이사의 도전정신이 시너지를 발휘한 결과다. 
 
신윤정 이사는 부친을 이어 네오프린텍을 백년 장수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했다. 

신 이사는 "가업승계를 준비하는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높은 규제로 포기한다고 들었다"며 "40년 역사가 담긴 가업을 이어받아 백년 기업으로 키우고 싶지만 대물림이라는 가업 승계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복잡하고 까다로운 제도에 가로막혀 체념한 상태"라고 말했다. 가업승계지원제도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냉랭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상속세는 최고세율 50%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가장 높다. 가업을 준비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증여세와 상속세 세제 특례가 있지만,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와 조건을 맞춰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유명무실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업승계로 인한 증여세 특례를 받으려면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사업자(중소기업·중견기업)여야 하고, 매출액이 3000억원을 넘으면 안된다. 또 60세 이상 부모가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주식을 자식에게 증여할 수 있다. 최대주주자녀 중 18세 이상인 거주자 1인에게만 증여해야 하고, 증여자의 지분율이 50%(상장법인은 30%) 이상, 증여는 100억원까지 가능하다. 증여받은 자녀는 증여받은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전에 가업에 종사하고, 증여일로부터 5년내에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7년간 대표이사를 유지해야 한다. 재산가액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 주는 상속세 특례 역시 복잡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는 "임원으로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다보면 매출과 내부 인력 관리, 협력사 관리 등 안팎으로 어려움이 많아 가업을 이어가야겠다는 굳은 의지가 흔들릴 때가 많다"며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가업승계 제도 개선과 세금 감면 등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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