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가 아파트들이 경매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시세 대비 수십 퍼센트 싸지만 선뜻 사는 사람이 없다. 지난해 중순만 해도 '사고 보자'며 응찰자들이 달려들었지만 9.13 대책이 던진 대출규제 강화 카드가 다주택자들의 발을 붙들어 맸다.
6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에서 이달에만 10억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 7채가 경매 시장에 나온다.
주목할 점은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서초동 현대빌라트, 청담동 연세리버빌, 광장동 광장자이 등 경매 시장에 나오는 고가 아파트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 차례 유찰됐다는 점이다. 이들 아파트들은 이달 감정가 대비 20% 낮은 가격으로 몸값을 낮춰, 다시 한 번 주인을 찾는다. 여기에 서초동 현대슈퍼빌, 압구정동 한양, 삼성동 진흥 아파트가 시장에 새로 나온다.
9.13 대책의 골자인 대출규제가 다주택자들의 발을 묶었다. 집 가진 사람은 추가 대출이 막혀 돌려막기에 제동이 걸렸고, 사려는 사람도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 선뜻 경매에 나설 수 없다. 서지우 지지옥션 연구원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없고, 거래가 끊겨 매각을 해서 다른 것을 돌려막을 수도 없는 등 채무를 변제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유자금을 부동산에 다 쏟았는데 회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금융권에서 조차 대출이 막히자, 고가 아파트들 집주인들은 대부업에 속하는 P2P대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를 비롯해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지촌 등 서울 고가 아파트들이 2순위 담보상품으로 속속 나오고 있다.
이렇듯 고가 아파트들이 줄줄이 경매 시장에 많이 나와도 수억원에 달하는 목돈이 없는 한 언감생심이다. 9.13 이후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담대는 사실상 금지됐고 임대사업의 LTV도 40%로 대폭 축소됐다. 고가 아파트 수요층인 자산가들조차 대출 규제에 따른 부담감이 커졌다.
응찰자들이 집값 전망을 고려해 입찰가를 써내는 점을 고려할 때, 낙찰가율이 하락세에 들어섰다는 것은 응찰자들이 향후 집값 하락세를 점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경매 진행건수는 늘어나는데 지난해 1월 15.1명에 달했던 평균 응찰자가 올해 1월에는 4.1명으로 쪼그라들면서 낙찰율도 26.9%에 그쳤다. 9.13 대책 전인 7월에만 해도 낙찰율은 100%에 달했다.
서울 전역도 비슷한 모양새다. 경매 시장에서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응찰자 수는 1월 4.4명으로, 2012년 7월(4.1명) 이후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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