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일 ‘2월 27∼28일 베트남’이라는 2차 핵 담판 날짜와 장소를 확정했다. 같은 시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 평양으로 향했고,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현 국무위원회 소속)와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2월 27∼28일 베트남’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 시기·장소가 공식화된 데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미 정상은 이미 싱가포르에서 70년 적대의 역사를 씻어내는 첫발을 뗀 바 있다”며 “이제 베트남에서 더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진전의 발걸음을 내디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베트남은 미국과 총칼을 겨눈 사이지만 이제 친구가 됐다”며 “북한과 미국이 새 역사를 써나가기에 베트남은 더없이 좋은 배경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미 중재자 역할에 전력을 쏟을 전망이다. 지난 1차 정상회담은 북·미가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루는 상징적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2차 정상회담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달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날 것으로 알려져 북·미정상회담이나 미·중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종전선언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시기상조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열려 있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에도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방문해 북미정상회담 종료 직후 남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다.
청와대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이나 9·19 평양공동선언 등에 명시된 남북협력 사업 논의에 급격히 속도가 붙으며, 자연스레 정부의 대북정책에 힘이 실릴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와 종전 선언 등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될 경우 남북이 펼칠 수 있는 교류‧협력 사업의 폭은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남북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등 남북 간 경협 사업들은 국제적 레짐(체제)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일 방한한 비건 대표와 만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두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나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울에서 4차 남북정상회담을 갖는다면, 이는 올해 상반기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답방 시기는 지난해 연말로 예상됐지만,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해 올해로 미뤄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에 대해 “2차 북·미정상회담이 먼저 이뤄지면 김 위원장의 답방도 더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며 ‘선(先) 북·미정상회담, 후(後) 답방’을 공식화한 바 있다. 김 위원장 역시 지난해 말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답방 시기는 3월 중순∼4월 중순이 유력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올해 100주년인 3·1절에 두 정상이 만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북·미정상회담과 답방 문제까지 함께 준비하기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청와대 일각에선 북·미정상회담 결과는 물론 의제 조율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은 열어놔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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