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뒤, 분위기가 말이 아니에요. 다들 '이게 무슨 신도시냐'고 하죠. 불이 붙기도 전에 정부가 찬물을 부었으니. 타오르지 조차 못하고 꺼졌죠. 분양시장은 그나마 괜찮아요. 주변 기존 아파트들은 거래가 뚝 끊겼어요. 가격 하락하는 신도시는 여기뿐일걸요"
"그나마 역세권 아파트들만 살아남겠죠. 나머지는 보나마나 죽 쑬 거예요. 서울 지하철 안 들어오면 답이 없는데…뭐 하나 확실한 게 없으니 답답하죠."
최근 방문한 검단신도시는 신(新)도시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빛이 바랬다. 장밋빛 전망은커녕 자그마한 기대감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제 막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첫발을 뗀 상황이지만 "여기는 글렀다"는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 허허벌판에는 황색 모래 먼지만 불었다.
검단신도시는 판교, 위례, 광교신도시와 함께 2006년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2기 신도시 가운데 한 곳이다. 군부대 이전과 토지보상 문제로 2013년 계획했던 2지구 개발이 취소돼, 당초 계획보다 700만여㎡가 줄어든 1118만㎡ (서구 당하동·마전동·불로동·원당동 일대) 규모로 조성된다. 7만여 가구가 들어 설 예정이다.
잡음은 있었지만 첫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분양 스타트를 끊은 검단신도시 호반베르디움은 평균 6.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해 11월 검단 금호어울림 센트럴도 1순위에서 평균 5.14대 1, 최고 7.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인천지하철 1호선 신설역이 2024년 개통 예정인 점과 비규제지역으로써 전매제한과 대출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복병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검단신도시 지척에 있는 계양구 귤현동, 동양동, 박촌동, 병방동, 상야동 일대를 3기 신도시로 지정했다. 현지 중개업소 대표는 “계양신도시는 서울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위치가 좋다”며 “검단신도시를 눈여겨보던 인천, 경기도 권역 수요자들이 계양신도시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매제한도 올해부터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강화되면서 분양권 전매를 노렸던 수요마저 사라졌다. 계양신도시와 전매제한의 영향은 곧바로 나타났다. 올해 초 공급된 검단 한신더휴는 1순위 청약 결과 74㎡A 타입을 제외한 3개 타입에서 미달됐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검단신도시 우미린 더퍼스트는 미달은 피했지만 청약이 2순위로 넘어갔다. 반면, 최근 인천 계양구에서 선보인 ‘e편한세상 계양 더프리미어’가 평균 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청약에서 마감했다.
◆ 설 이후 5천 가구 분양…결국은 ‘역세권’
현지 중개업소 대표들은 “역세권 아파트만 살아남을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올해 분양한 우미린 더퍼스트와 한신더휴, 두 아파트 단지의 청약 성적표를 가른 것은 가격이 아닌 입지였다. 3.3㎡당 분양가는 우미린이 1208만 원, 한신더휴가 1189만 원에 책정돼 평당 약 19만 원 차이를 보였지만, 우미린 더퍼스트가 더 잘 팔렸다. 우미린 더퍼스트는 인천지하철 신설역과 인접한 반면, 한신더휴는 실선역과는 다소 거리가 떨어진 곳에 위치해서다.
원당동 중개업소 대표는 “전매제한이 3년으로 묶였어도 우미린 더퍼스트가 미달을 피한 것은 입지 덕분이다”며 “미분양이 발생한 한신더휴는 역과 거리가 멀어,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분양한 호반베르디움과 금호어울림 센트럴도 역세권에 위치해 반응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 11월 분양한 유승한내들 에듀파크는 외곽에 있어도 평균 경쟁률이 1.43대 1을 기록했다”며 “전매제한 강화와 계양신도시 등장으로 수요자들이 보다 꼼꼼하게 ‘입지’를 따지는 것 같다. 5년 뒤에도 계속 분양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은 역세권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입지의 중요성은 더 부각될 전망이다. 올해 검단신도시에는 1만335가구 분양이 예정돼 있다. 설 명절 이후 5개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으로, 이것만 해도 5276가구에 달한다.
현지 중개업소 대표는 “설 이후 첫 분양단지인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는 인천 지하철 1호선 검단 연장 신설역이 가까워, 청약 경쟁률이 괜찮게 나올 것 같다”며 “금성백조도 초·중·고등학교가 인근에 위치해 반응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나머지 아파트들은 큰 호응을 얻기는 힘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매제한으로 분양권은 아직 시장에 풀리지 않았다. 1년이 지나야 웃돈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알 수 있다. 전매제한이 3년으로 묶인 올해부터 분양되는 아파트 단지들은 향후 분양권 거래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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