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넷플릭스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SK브로드밴드에 이어 KT도 해외망 증설에 나섰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넷플릭스 이용 중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들에게 "2월 중 넷플릭스 대역폭을 증설할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망 증설 시기와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KT가 해외망 증설에 나선 것은 최근 넷플릭스 화질이 떨어진다는 가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KT의 해외망 용량은 통신3사 중 가장 크지만 넷플릭스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해외 트래픽이 몰리는 시간대에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넷플릭스가 공개한 황금시간대 접속 속도에 따르면 KT는 2.86Mbps(메가비피에스)를 기록했다. LG유플러스와 딜라이브는 각각 3.7Mbps·3.44Mbps, SK브로드밴드는 1.65Mbps였다. 넷플릭스의 FHD 영상이 초당 5Mbps인 것을 감안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도 같은 이유로 지난달 25일 넷플릭스용 해외망 용량을 50Gbps에서 100Gbps로 증설한 바 있다.
넷플릭스 이용자는 최근 1년 사이 급증하고 있다. 앱 분석기업 와이즈앱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넷플릭스 앱 이용자는 지난해 1월 34만명에서 12월에는 127만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또한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동영상들이 초고화질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데이터 용량도 급증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아이폰 이용자들까지 더할 경우 이용자 규모는 더욱 확대된다.
다만 해외 사업자들의 국내 망 사용은 역차별 논란을 빚어왔다. 국내 사업자인 카카오와 네이버 등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트래픽 점유율을 연간 50%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망 사용료는 국내 통신사가 보유한 인터넷 회선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한다. 해외망을 이용하는 글로벌 사업자들은 국내에 구축된 회선을 통해야 고품질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글로벌 사업자들은 콘텐츠의 지위를 앞세워 통신사에 설비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이 망 사용료 갈등을 봉합한 것을 계기로 비용 부담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지 지켜보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하면서 기존에 사용료를 지불하던 KT와 더불어 2개 기업에 사용료를 지불하게 됐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통신사들이 캐시서버 구축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캐시서버란 이용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터를 미리 저장해놓는 것으로, 해외망 용량을 늘리지 않아도 원활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미 넷플릭스를 자사 IPTV에서 서비스하는 LG유플러스나 셋톱박스에서 제공하는 CJ헬로 및 딜라이브는 캐시서버를 구축했다.
다만 캐시서버 구축 전략도 선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넷플릭스는 이미 LG유플러스 IPTV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통신사들과의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통신사들이 자체 OTT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외 OTT의 콘텐츠를 외면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작 미국에서는 망 중립성이 폐지된 만큼 관련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