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오는 27~28일로 확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중국이 기여한 역할이 크다는 점을 내세우며 이번 회담에서 북·미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대북 경제제재 완화 등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중국 국영중앙(CC)TV는 북·미 정상회담 날짜가 확정된 6일(현지시간) 저녁 편성한 '2019년 아시아·태평양 정국 변화: 평화와 핵'라는 제목의 특집 프로그램에서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있어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프로그램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경색 국면을 보였던 북·미 관계가 올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네 번째로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하고 나서 며칠 만에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앞서 세 차례 방중은 모두 남북 정상회담 직전, 혹은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에 이뤄졌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남북, 북·러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게 돼 한반도 정세를 전환할 수 있는 커다란 기회를 맞이했다고 강조했다.
또 프로그램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건 북·미간 협상 조건이 아마도 기존의 입장에서 조금 완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줄곧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주장했던 미국이 북한 비핵화 로드맵의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는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ICBM 폐기 등만 요구하는 쪽으로 입장을 누그러뜨렸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정지융(鄭繼永) 푸단대 한반도 연구센터 주임도 최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을 통해 북·미 양국간 '주고받기' 협상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았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주임은 북한은 미국이 영변 핵시설을 비롯한 추가 핵시설에 대한 실질적 검증을 허용하고, 이에 대한 '보상책'으로 미국은 대북 재재를 일부 완화하거나 북한이 일부 다른 국가와 통상 교류하는 것을 묵인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ICBM 폐기나 대북제재 완화 등과 같은 북핵 협상의 구체적 중재안에 대해 중국이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앞서 올초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한편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을 두둔했기 때문. 게다가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김 위원장의 방중 직후인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중국의 북핵 수석 대표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 대표를 만나 북한 비핵화 공조를 논의했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다만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어느 정도 돌파구를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해 나가는 과정은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쑨청하오(孫成昊)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미국문제 전문가는 "북·미 협상이 아직까지 비핵화 로드맵 등 거시적 원칙에 머물러 있는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비교적 큰 정책결정권 있다"며 "하지만 대북제재 철회 등 구체적인 이행 측면에 들어가면 미국 의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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