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수풍년에 정부 가계부 4년째 ‘흑자’…8조6000억원은 못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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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9-02-0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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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국세수입 300조원 육박 ‘사상 최대’

  • ‘반도체‧다주택자 중과’ 영향 전년보다 28조2000억원 늘어

[사진 = 아주경제DB]


지난해 세금이 전년보다 28조원 넘게 더 걷히면서 총 국세수입이 300조원에 육박했다. 세수풍년이 이어져 나라살림도 4년 연속 흑자를 냈다. 그러나 각종 사업에 투입된 예산이 모두 사용되지 않아 남은 돈이 8조6000억원에 달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8일 한국재정정보원에서 2018회계연도 총세입부와 총세출부를 마감하고 정부의 세입‧세출 실적을 확정했다.

◆ 나라살림 4년째 ‘흑자’

지난해 정부의 총세입은 385조원, 총세출은 264조5000억원으로 결산상 잉여금은 16조5000억원이다. 결산상 잉여금에서 이월 3조3000억원을 차감한 세계잉여금은 13조2000억원이다.

총세입은 전년보다 25조5000억원이 늘었다. 예산과 비교하면 13조7000억원을 초과했다. 일반회계는 12조3000억원, 특별회계는 1조5000억원 초과 징수했다. 일반회계는 국세수입과 세외수입(과태료 등)을 포함한다. 특별회계는 농어촌특별세‧주세 같은 국세 일부와 잡수입 등의 세외수입을 통칭하는 말이다.

총세출은 예산현액 376조5000억원 중 96.8%인 364조5000억원을 집행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21조6000억원을 더 지출했다.

세계잉여금은 13조2000억원 흑자다. 세계잉여금은 총세입에서 총세출과 차년도 이월액 등의 지출을 뺀 것으로 사실상 정부의 나라살림을 볼 수 있는 지표다. ‘세계잉여금이 흑자를 기록했다’는 말은 한 해 동안 정부가 벌어들인 수입이 지출보다 많다는 뜻이다.

세계잉여금은 2014년 8000억원 적자였는데, 2015년 2조8000억원, 2016년 8조원, 2017년 11조3000억원으로 매년 흑자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는 걷어 들인 세금은 크게 늘었는데 지출부문에 속하는 이월액이 줄면서 세계잉여금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일반회계에서 10조7000억원, 특별회계에서 2조5000억원 흑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을 국가재정법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다. 국가재정법은 세계잉여금을 △지방교부세 정산 △공적자금 출연 △채무상환 △추경편성 또는 세입이입 등에 투입토록 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반회계 잉여금은 차관‧국무회의와 대통령 승인 등의 법정 절차를 거쳐 4월 초순 이후 사용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특별회계는 자체 세입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반도체‧다주택자 중과’ 등에 업고 ‘세수풍년’ 거둬

지난해 나라살림이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한 것은 국세수입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정부는 지난해 총 268조1000억원의 국세가 걷힐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보다 25조4000억원이 더 걷혔다. 전년도 국세수입과 비교하면 28조2000억원(10.6%)이나 증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반도체와 자산시장 호조 등으로 초과세수가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인세는 전년과 비교해 11조8000억원 늘어난 70조9000억원이 걷혔다. 반도체 호황이 시작된 2017년 수출이 전년대비 15.8%(수출액 기준) 증가했고, 유가증권시장 법인 영업이익 역시 48.9%나 급등한 탓이다. 2017년도 기업의 실적에 대한 법인세 일부는 2018년 회계에 집계된다.

다음으로 많이 늘어난 세목은 소득세로 전년보다 9조4000억원이 증가한 84조5000억원이다. 양도소득세는 2조9000억원, 근로소득세는 4조원 증가한 게 컸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해 양도소득세가 전년보다 4조8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3조원 가량 늘어났다. 근로소득세 역시 1조7000억원 증가를 점쳤지만 실제로는 두배 넘게 걷혔다.

이는 최저임금과 다주택자 중과라는 정책에 대한 세수부문 예측이 빗나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폭이 너무 커서 정부의 세수입 예측치를 넘어선 근로소득세가 걷힌 것이다. 반대로 강력한 부동산대책으로 집값이 떨어져 양도소득세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주택자 중과 시행 전 오히려 거래가 갑자기 많아져 정부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입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부가가치세는 민간소비와 수입액 증가 등으로 2조9000억원, 증권거래세는 주식 거래대금 증가 등의 영향으로 1조7000억원 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추계 정확성 제고를 위해 절차개편과 기관 책임성 강화 등 세수추계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2년 연속 추경 ‘무색’…작년 8조6000억원 못썼다

2년 연속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까지 적극적인 재정역할을 강조해온 정부가 지난해 8조6000억원을 미처 쓰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편성한 추경의 두배를 웃도는 규모다.

문재인 정부 첫 해 정부는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3조8000억원의 추경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작 지난해 불용액은 전년(7조1000억원)보다 1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세출예산현액 대비 불용액인 불용률은 전년도보다 0.5%포인트 증가한 2.8%를 기록했다.

최근 3년 평균 불용액인 9조6000억원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2008~2013년 평균 불용액인 7조7000억원보다는 많은 수준이다.

불용액은 일반회계의 경우 4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00억원, 특별회계는 4조3000억원으로 1조4000억원 늘었다.

일반회계는 예비비 9000억원, 공자지금 예수이자금상환 6000억원, 경찰청인건비 2000억원 등이다. 특별회계는 우체극예금-지금이자외반환금 8000억원, 농측-농어소득직접지불기금전출금 5000억원 등이 불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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