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긴장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마흔 중반을 넘긴 세계랭킹 194위 최호성(46)의 생애 첫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데뷔 무대. 이미 ‘낚시꾼 스윙’으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그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세계 톱랭커보다 더 뜨거웠다. 그를 반기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었으나, 스폰서 초청 선수 자격이었기 때문에 따가운 시선도 적지 않았다. 긴장을 안 할 수 없는 날이었다.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총상금 760만 달러) 대회 첫날. 몬터레이 페닌술라CC(파71) 1번 홀 티박스에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와 함께 최호성이 등장하자 갤러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최호성은 첫 홀의 부담감을 이겨내고 파 세이브에 성공했으나 이후 10번 홀까지 보기만 4개를 적어내 4타를 잃었다. 최호성은 PGA 투어 무대의 압박감과 처음 경험하는 낯선 코스에서 수많은 갤러리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심지어 동료 선수들도 궁금해 지켜볼 정도였으니 어찌 긴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최호성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오늘 긴장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초반 몇 홀은 긴장한 상태에서 경기를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먼 거리에서 어프로치와 퍼팅이 잘 되지 않았지만, 이것 외에는 정말 좋은 경험을 한 날이었다”고 덧붙였다.
최호성은 “첫 홀에서 어프로치가 들어가서 운이 좋은 하루라고 생각했었는데, 전반에 몇 개의 어설픈 보기를 하면서 좀 실망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그래서 후반에는 좀 더 집중해서 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코스 적응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호성은 “한국와 일본의 많은 대회와 코스를 경험했는데, PGA 투어 대회와 가장 큰 차이점은 그린이다”라며 “그린이 매우 빠른데 아직 적응하기가 어렵다. 그게 가장 힘든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긴장이 풀리자 최호성은 후반에 뒷심을 발휘했다. 남은 8개 홀에서 버디만 3개를 잡아내 3타를 줄였다. 데뷔전 1라운드 성적 1오버파 72타(111위)는 썩 나쁘지 않았다.
그에게 힘을 준 건 응원의 목소리였다. 최호성은 “11번 홀 첫 버디 이후 환호해 주는 팬들의 사랑을 느낌 수 있었다”며 “이런 성원이 나에게 힘을 줬고, 후반에 더욱 집중 할 수 있게 해줬다”고 감사의 뜻을 에둘러 전했다.
이어 그는 “정말 즐겁게 라운드를 했다”고 웃었다. 둘째 날 과제도 긴장감을 얼마나 떨쳐낼 수 있느냐다. 일단 시작은 그의 골프 인생처럼 드라마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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