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당신을 사랑해요!”
8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이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 최호성(46)이 등장할 때마다 갤러리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다. 한국에서 온 이방인을 향한 외침. 마흔 중반의 나이에 미국 무대가 생애 처음인 ‘초짜 아저씨’에게 보내는 응원이 더 낯설다.
최호성은 갤러리들의 환호에 유연하게 화답했다.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환한 미소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대회 전부터 그에게 집중된 현지 매체들의 뜨거운 관심에도 겁먹지 않았다. 멋지게 응대했고, 그 자체를 즐겼다.
대회가 시작한 뒤에는 샷에 집중했다. 독특한 ‘낚시꾼 스윙’도 선보였고, 공이 날아간 방향을 쫓는 특유의 동작도 늘 하던 그 모습이었다. 과장된 쇼맨십은 없었다. 홀과 홀 사이사이 동료들과 언어장벽을 허물고 어울리는 모습도 PGA 투어에서 몇 년 뛴 선수처럼 프로페셔널 했다.
미국 무대에 나선 한국 선수 가운데 이 정도의 관심을 받으며 팬서비스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있을까. 심지어 세계랭킹 194위에 불과한 스폰서 초청 선수 자격의 선수가 말이다.
최호성과 함께 경기를 치른 동반자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우스꽝스러운 줄만 알았던 그의 스윙에 반기를 들었고, 그의 능숙한 팬서비스에 감동했다.
최호성과 한 조로 첫날을 보낸 제리 켈리(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켈리는 PGA 투어 통산 3승을 거둔 베테랑이었다. 켈리는 “오늘 관중들의 환호는 대단했다. 팬들이 최호성에게 ‘우리는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것을 자주 들었다”며 “최호성은 좋은 선수다. 팬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어주고 답을 해줬다”고 말했다.
켈리의 칭찬은 계속됐다. 켈리는 “최호성은 초청 받아 플레이 할 자격이 있다”며 “PGA 투어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이어 최호성의 스윙에 대해서도 극찬했다. 켈리는 “나는 그의 스윙을 좋아한다. 나도 나의 발 액션을 좀 더 해서 비거리를 더 늘릴 수 있는지 해보고 싶다”면서 “스윙 기본기가 매우 잘 돼 있어 중심 이동을 확실히 할 수 있다. 그가 PGA 투어에서 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확신했다.
최호성에게 이미 반했던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에런 로저스도 “최호성이 플레이할 때 그가 얼마나 골프를 즐기는지 알 수 있었다”며 “그는 좋은 선수다. 경기 중에도 좋은 샷을 많이 보여 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로저스는 최호성을 만나자마자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 최호성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최호성도 동료들의 환대에 감사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최호성은 “정말 즐겁게 라운드를 했다. 오늘 같이 한 동반자들은 오늘 날씨만큼이나 좋은 사람들이었다”며 “특히 켈리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로저스가 한국말로 인사를 해서 매우 놀랐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날 최호성은 스폰서 로고 대신 페블비치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섰다. 메인 스폰서가 없는 최호성은 연습 라운드 때는 아무 로고가 없는 ‘민모자’를 쓰고 나서기도 했지만, 공식 경기에는 페블비치 로고를 달고 뛰었다.
최호성은 “스폰서가 없어서 로고 있는 모자는 없는 상태인데, 나를 이곳 페블비치에 초청해 준 것에 감사하는 의미로 이 모자를 쓰고 플레이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팬과 동료 뿐 아니라 스폰서 측을 향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였다.
최호성의 데뷔전 첫날 성적은 1오버파 72타 공동 111위. 하지만 내용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10번 홀까지 보기 4개를 적어내 4타를 잃은 뒤 후반 8개 홀에서 버디 3개를 낚아 만회하는 뒷심을 발휘한 스코어였다.
어수선한 데뷔 첫날이 지났다. 감 잡은 최호성이 둘째 날부터 강렬한 샷으로 확실한 팬서비스를 할 수 있을까. 여전히 그를 지켜보는 눈은 많고, 그는 그 시선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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