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가 작은 증권사가 큰 증권사보다 돈을 잘 번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대형사인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3곳이 2018년 4분기 벌어들인 순이익 잠정치는 모두 1260억원으로 전년 동기(2874억원)보다 56%가량 줄었다. 반대로 덩치가 상대적으로 작은 메리츠종금증권과 IBK투자증권은 깜짝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대형사는 주식시장 침체와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손실에 발목을 잡혔다. 이에 비해 중소형사는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선전했다.
대형사를 괴롭힌 ELS는 기초지수 가격 변동성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만 수익을 낼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2018년 줄곧 전 세계 주식시장을 짓누르는 바람에 기초자산 가격도 줄줄이 손실구간까지 떨어졌다.
실적이 가장 나빠진 곳은 NH투자증권이었다. 회사가 2018년 4분기 거둔 순이익은 117억원으로 1년 만에 83% 줄었다. 애초 증권가 예상치인 436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ELS 운용손실이 10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며 "다른 증권사와 달리 헤지펀드도 6000억원가량 직접 운용해 손실이 더 컸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가 벌어들인 순이익도 269억원으로 1년 전보다 72%가량 감소했다. 회사는 "2018년 하반기 국내외 주식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어 트레이딩 수익이 줄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4분기부터 꾸준히 유지해온 1000억원대 순이익 달성에 실패했다. 2018년 4분기 순이익은 874억원으로 1년 만에 약 29% 줄었다. 회사는 "파생상품 평가·처분손실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도리어 작은 고추가 매웠다.
메리츠종금증권이 2018년 4분기 거둔 순이익은 1142억원에 달했다. 분기 기준으로 회사를 세운 이래 가장 많은 순이익이었다. IB 부문에서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정태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종금증권에 대해 "항공기 리스투자나 해외 부동산, 이랜드 사모사채 같은 큰 딜을 맡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2018년까지 7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IB 부문이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해 하반기 40%까지 늘어났다. 수익원 다변화로 약세장에서도 선방할 수 있었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자산관리와 상품운용, IB, 구조화금융 부문이 모두 고르게 성장했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가 중소형사보다 ELS를 많이 운용하다 보니 하락장에서 더 큰 손실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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