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협상의 시한 내 타결 여부를 가를 '베이징 담판'이 시작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극적 만남으로 이어질 징검다리가 될 지 이목이 쏠린다.
다만 협상 시한 연기설이 점차 확산될 정도로 간극 좁히기에 난항을 겪고 있어 아예 판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협상시한 D-20, 막판 줄다리기
이번 주는 미·중 무역 협상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3월 1일인 협상 시한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1일부터 베이징에서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급)과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이끄는 차관급 협의가 시작된다.
이어 14~15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해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고위급 협상을 벌인다.
이들은 지난달 30~31일 워싱턴에서 만난 이후 보름 만에 다시 머리를 맞댄다.
이번 협상에서도 의견 조율에 실패할 경우 협상 시한 내 타결은 어려워진다.
양측 모두 긴장감을 갖고 협상에 임하는 모습이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4~10일)가 끝나자마자 협상이 재개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적극성을 읽을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6%로 2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경제 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미·중 무역전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월 초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하기 전 상황을 매듭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미국도 마냥 여유를 부릴 처지는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무역전쟁 여파로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전년보다 0.4%포인트 낮은 2.5%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전쟁 이슈가 나올 때마다 출렁이는 증시를 지켜보는 것도 부담스럽다.
미·중 양국이 막판 합의안 도출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있는 이유다.
이번 베이징 담판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경우 사실상 무산된 트럼트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정상회담 불씨가 살아날 수도 있다.
◆힘 받는 협상 연기설, 결렬 가능성도
하지만 낙관론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게 사실이다.
중국이 미국산 제품의 수입 확대를 약속한 것 외에 협상 의제 중 어느 것 하나도 속 시원히 해결된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경제·무역 정책의 구조적 변화, 중국 내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강제적 기술 이전 금지, 국유기업 보조금 지급 축소 등에 대한 이견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미·중 무역 협상에서 포괄적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필수 요소들이 부족하다"며 "어느 부분에서 동의하고, 어느 부분에서 동의하지 않는지 명시한 합의서 '초안(draft)'조차 갖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양측이 협상 시한을 연기할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므누신 장관은 "시한을 맞추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밤낮으로 일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며 시한 내 타결이 쉽지 않음을 인정했다.
중국 내에서도 "당장 합의가 어렵다면 협상 시한을 연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국의 한 대학 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3월 1일이라는 협상 시한은 일종의 절충점일 뿐"이라며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 예컨데 5월까지 시한을 연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중요하다. 협상 장기화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면 결렬을 선언하고 대중 관세 인상 등 다시 공세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정 기간 대결 국면이 지속된 이후 새로운 판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시위(楊希雨)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양국 관계에 재난이 될 것"이라면서도 "시한이 연장되거나 아예 결렬되고 시간이 흐른 뒤 대화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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