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 구도가 '2강 2중' 체제로 재편됐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치열한 선두 다툼을 펼치는 중이고, 지난달 지주사로 출범한 우리은행이 덩치를 키우며 하나금융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11일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192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33.5% 증가한 것으로 경상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이같은 실적은 지난해 우리은행이 중점 추진했던 '지속성장 기반 구축'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전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4분기 중 명예퇴직과 보수적 충당금 적립 등 일회성 비용이 있었지만 자산관리와 글로벌부문, CIB 등으로의 수익원을 확대한 것도 양호한 실적을 이끌었다.
이는 앞서 지난달 31일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2조2402억원)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3위에 바짝 다가선 모습이다.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하나금융의 연간 순이익은 2조1166억원, 우리은행은 1조5121억원으로 6000억원가량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21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여기에 우리금융이 올해부터 비은행부문 사업포트폴리오를 적극 확대할 것으로 보여 올해 3위 금융지주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리딩금융그룹 자리도 치열하다. 신한금융이 12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KB금융의 지난해 실적은 3조689억원으로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국내 증권사는 신한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3조2587억원으로 전망하며 KB금융을 2000억원가량 앞질렀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2강 2중' 체제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축소,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이자 이익 증가세가 꺾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비이자 이익을 늘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체 수익의 20~30%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 압박으로 지난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조원 늘어나는데 그치는 등 증가세가 줄고 있다"며 "당국의 눈치를 보는 은행 입장에서는 호실적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만큼 현재의 경쟁 구도가 깨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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