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쓰는 나라와는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다른 나라들을 상대로 화웨이 장비 사용 여부를 통해 아군인지, 적군인지 선택하라는 최후통첩을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최후통첩은 11일(현지시간) 중유럽 순방국 가운데 하나인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나왔다. 블룸버그는 그가 화웨이에 대한 메시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화웨이와 계약하는 나라는 미국산 장비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화웨이 장비가 중요한 미국의 시스템과 같은 곳에 설치되면, 우리가 그 나라와 협력하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장비를 사용하는 데 따른 기회와 위험을 확실히 확인해 주고 싶다. 그러면 그들이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요한 미국의 시스템'이 뭔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에 대한 각 나라들의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할 것"이라며 "중요한 건 우리가 화웨이 장비가 그들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데 따른 위험에 대해 아는 바를 그들과 공유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헝가리는 화웨이의 유럽 주요 거점 가운데 하나다. 블룸버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헝가리를 비롯한 중유럽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원한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이들 나라에 중요 기반시설에 화웨이 장비를 쓰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순방길에 헝가리 외에 폴란드, 슬로바키아, 벨기에, 아이슬란드를 방문한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핵심 표적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12월 이 회사 창업자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을 캐나다 당국을 통해 체포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법무부가 화웨이와 멍 부회장 등을 사기, 대이란 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기술 절취 혐의로 화웨이 미국 연구소를 급습하기도 했다.
미국이 화웨이를 표적으로 삼은 건 이 회사가 미래 초연결사회의 핏줄로 꼽히는 차세대 이동통신(5G) 기술 선점 경쟁을 주도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5G 모바일 기기 공급업체들을 상대로 화웨이가 아닌 시스코시스템스와 같은 미국 기업 장비를 쓰라고 압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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