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에 만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양국은 회담 장소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별장인 마라라고 리조트를, 중국은 다음달 말 보아오포럼이 열리는 하이난(海南)섬을 내세우고 있다고 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백악관이 중국 측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빠른 시간 안에 만나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중국은 내달 연례 보아오포럼이 열리는 26~29일을 전후로 하이난 섬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 측이 아직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라며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매체의 보도는 이와 다소 엇갈리는 내용이었다. 미국 악시오스는 지난 10일 사안에 정통한 2명의 미국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들이 다음달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했다”면서 장소와 시기는 3월 중순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라고 보도한 바 있다. 마라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로 그가 2017년 4월 시 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한 곳이다.
SCMP는 “양측이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장소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이 조만간 성사될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이다. 캘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11일 폭스뉴스 ‘폭스&프랜즈’에 출연해 “미·중 정상회담 개최는 가능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곧 만나길 원하고 있어 미·중 무역협상의 날짜가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정상회담은 당초 무역전쟁 휴전 시한(3월 1일) 전인 이달 말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5일 이달 말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혀, 북·미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릴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다시 이달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번 정상회담의 구체적 시기와 장소는 오는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SCMP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의 협상 테이블에서 양국 정상회담의 시기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국제관계 전문가인 팡중잉(龐中英)은 “양국 무역 갈등의 일부 사안들을 해결하려면 두 정상의 동의가 있어야하기 때문에 정상회담 개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고위급 무역협상이 끝나면 그 계획이 더욱 선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중 무역협상을 위한 미국 차관급 대표단은 11일 베이징에 도착해 협상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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