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대한민국, 민심갈랐다]"원전 바닷물 못마셔"…2000억 들인 시설이 애물단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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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19-0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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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 안전" 정부 조사 결과 불신

  • 국내 최대 해수담수화 시설 방치

  • 인근지역 주민들도 식수 공급 거부

부산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 가동이 중단된 데는 주민들의 막연한 불안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혼선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대 4만5000t의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시설은 하루 동안 15만명이 사용하는 양의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정부는 해수담수화 기술 연구개발(R&D)로 물 산업 수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부산광역시는 식수원 다변화 차원에서 기장군에 수돗물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기장군에서 11㎞ 떨어진 곳에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그에 따른 수질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설상가상으로 2011년 일본에서 터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목을 잡았다.

이후 주민들은 고리 원전 근처 바닷물을 끌어다 공급하는 수돗물은 절대 받지 않겠다고 나섰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막히자, 정부와 부산시는 다시 해수담수화 시설 활용방안을 모색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그 사이 2000억원 이상 들인 해수담수화 시설은 가동이 중단된 채 방치돼 왔다.
 

해수담수화 시설 수돗물 공급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부산 기장군 주민들. [사진=정하균 기자]

◆‘원전 바닷물’ 막연한 공포에 중단된 해수담수화

“고리 원전에 가까운 바닷물로 만든 수돗물은 안전하지 않다.” 부산 기장군 주민들이 해수담수화 시설을 통한 식수 공급에 반대하는 절대적 이유였다.

부산시는 낙동강에 한정된 식수를 다변화하기 위해 담수화 플랜트 시설을 지어 기장 주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2009년 4월 정부와 부산시, 광주과학기술원, 두산중공업이 협약을 맺어 해수담수화 플랜트 설치 작업이 본격화됐고, 2014년 12월 시설이 완공됐다.

완공 후 부산시는 기장어촌계, 기장군의회 등과 433차례에 걸친 수질 검증 및 조사를 통해 안전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어떤 위험이 잠재돼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 아들, 딸들에게 원전 근처의 물을 마시게 할 수 없다”는 주민들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2016년 12월 부산시는 희망하는 부산 주민에 한해 담수화 식수를 공급한다는 선택적 공급제 방식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주민들 반발에 막혀 무산됐다. 기장 주민도 믿지 않는 수돗물을 다른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담수화를 거친 민물은 100% 안전하다는 조사 결과와 달리 원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만들어낸 정서적 반대라는 지적도 있다.

환경부·한국해양대학교 등에 따르면 해수담수화로 먹는 물 생산이 가능하고, 이 물은 정수장 물보다 수질이 양호하다. 해수담수화 기술 중 대표적인 것이 역삼투압법이다. 바닷물에 삼투압 이상의 압력을 가해 염수에서 물만 분리시키는 원리로, 가정용 정수기 등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쿠웨이트 등 중동국가들은 역삼투압 방식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설치해 식수를 공급 중이다.

국내에도 경남 창원시 연도와 북제주군 우도면에 각각 하루 20㎥와 500㎥를 생산할 수 있는 해수 담수화 시설이 활용되고 있다.

김세권 한국해양대 석좌교수는 “정밀한 수질검사를 거친 해수 담수는 음용수로 활용해도 문제가 없다”며 “기장 바닷물에서 자란 미역과 멸치도 오랫동안 먹어왔지만 우리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잦은 수질오염 사고, 녹조발생 등 만성적으로 오염된 낙동강 원수로 만든 수돗물에서 벗어나 새로운 식수원을 찾아야 하고, 해수담수화를 대체 식수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 반발 속 환경부-부산시 활용책 못 찾아

당초 해수담수화 시설은 정부가 물 산업, 관련 기술 수출 등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연구개발(R&D) 목적으로 2006년부터 추진했다.

이 사업에 새 식수원 발굴이 절실했던 부산시가 뛰어들었고, 2009년 4월 정부·부산시, 광주과학기술원, 두산중공업 등이 공동 협약을 맺어 담수화 플랜트 시설을 짓기로 합의했다.

이 시설에 총 1954억원(국비 823억원, 시비 425억원, 민간자본 706억원) 비용이 투입됐다. 그리고 부산시는 2014년 12월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 일원에 담수화 플랜트 시설을 완공했다. 하지만 주민 반발에 막혀 시설 가동이 어렵게 됐다.

또 당시 시설 소유주인 국토교통부와 부산시가 두산중공업에 지급해야 하는 유지관리비 24억원을 두고 갈등을 겪었다. 현재 ‘물관리 일원화’ 차원에서 환경부가 해수담수화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월 수출용 플랜트 연구 시설만 남겨두고 담수화 시설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협약에 따라 해수담수화 시설은 올해 12월 공정 고도화 연구개발이 종료되면서 부산시에 무상 양여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원전 냉각용수 활용 1만t 외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 시설 유지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두산이 현장에서 철수한 이후 유지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기능 저하가 우려된다”며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활용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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