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이는 황정민(오이디푸스 역)의 마지막 대사는 너무나 슬펐다. 공연 내내 점점 커진 오이디푸스에 대한 안쓰러움이 극도로 커졌다.
동시에 오이디푸스가 관객석으로 걸어오는 마지막 장면은 너무도 인상 깊었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해야 하는 가혹한 운명을 의지로 이겨낸 오이디푸스의 한 걸음 한 걸음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오는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오이디푸스’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소포클레스에 의해 탄생한 희곡이다.
황정민은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연극 무대 위에서도 빛났다. 연극 내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가 더욱 가까이 보였다. 모든 진실을 안 후 절규하며 가슴을 네 번 치는 장면에서는 오이디푸스의 아픔이 그대로 전달됐다. 가혹한 운명의 파도에 휘청거리며 “내 발아. 어디로 가야하지?”라고 말할 때는 오이디푸스를 안아주고 싶었다. 황정민의 말대로 연극 무대 위에서 자유로워보였다.
지난 7일 모친상을 당한 남명렬(코린토스 사자 역)은 상중에도 무대에 올랐다. 극 중 진실을 알리는 중요한 역을 맡은 남명렬은 깊은 연기로 연극의 중후반부를 이끌었다. 배해선(이오카스테 역) 박은석(코러스장 역) 정은혜(테레시아스 역) 최수형(크레온 역) 역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공연 기간 모든 배역은 한 명이 맡았다.
연극 시작 전부터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드러낸 무대도 돋보였다.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3000년 전의 모습을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를 필두로 창의적으로 재현해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커튼콜도 다른 공연과 사뭇 달랐다. 배우들과 관객들은 멋진 작품을 봤다는 기쁨과 ‘오이디푸스’가 갖고 있는 슬픔을 함께 나눴다. 마지막으로 관객석을 바라보는 황정민의 표정도 인상 깊었다.
(주)샘컴퍼니가 2015년 ‘해롤드 앤 모드’ 2016년 ‘로미오와 줄리엣’ 2018년 ‘리차드3세’에 네 번째로 내놓은 시즌제 작품이 2019년의 ‘오이디푸스’다. 다시 뭉친 스태프와 배우들은 바위처럼 탄탄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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