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61)이 남은 평생을 미국 감옥에서 보내야할지도 모르겠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룩클린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구스만에 마약 밀매. 불법 무기 소지, 돈세탁 등 10개 혐의로 유죄를 평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구스만은 사면 없는 종신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망했다.
땅딸보라는 의미의 멕시코어 ‘엘 차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구스만은 타고난 잔인함과 냉혹함으로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마약왕'으로 통한다.
1989년부터 멕시코 북부 시날로아 주를 근거지로 ‘시날로아 카르텔’이라는 대규모 마약 조직을 이끌면서 경쟁 카르텔 조직원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을 살인하거나 살인교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구스만이 미국 각지에 유통한 마약만 200톤이 넘는 것으로 미국 검찰은 보고 있다.
마약 밀매를 통해 쌓은 자산은 어마어마하다. 미국에서만 마약 밀매로 140억 달러(약 15조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멕시코에서만 95개 기업을 세워 연간 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미국 재무부는 추산한 바 있다.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00대 부자에 선정된 적도 있다.
구스만이 더 유명해진 것은 영화같은 두 번의 탈옥 성공 때문이다. 1993년 마약밀매로 20년형을 선고 받아 멕시코 감옥에서 수감됐으나 2001년 세탁물 운반차를 타고 탈옥에 성공했다. 2014년에 또 다시 체포되어 교도소에 갇혔지만 교도소 밖으로 땅굴을 파서 2015년 탈옥에 성공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16년 1월 시날로아 주의 한 가옥에 숨어있다가 멕시코 특수부대와의 교전 끝에 검거됐으며, 2017년 1월에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다. 이후 맨해튼의 연방교도소 독방에 수감되어 삼엄한 감시를 받았다.
재판이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으나 시작이 쉽지는 않았다. 배심원 중 일부가 청부살인과 같은 보복을 우려해 재판 직전 사의를 밝히기도 했다. 그가 재판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할 때면 헬기가 뜨고 주변 건물에 저격수들이 배치되는 등 철통 보안이 펼쳐졌다.
구스만과 그가 이끄는 마약 카르텔의 실상은 지난해 11월부터 11주에 걸쳐 진행된 재판을 통해 세상에 속속들이 공개됐다.
그 중에는 구스만이 10대 소녀들을 마약에 취하게 한 뒤 성폭행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구스만과 과거 함께 일했던 콜롬비아의 마약 밀매상은 "구스만은 소녀들을 비타민이라고 부르면서 자신에게 생명을 준다고 말하곤 했다"고 증언했다.
구스만이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멕시코 대통령에게 1억 달러에 이르는 뇌물을 먹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니에코 대통령이 2012년 집권 후 구스만과 접촉해 추적을 중단한다는 조건으로 2억5000만 달러를 요구해 그 일부로 줬다는 주장이었다. 니에토 전 대통령은 이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구스만의 전 경호원은 구스만이 3명은 잔혹하게 살인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구스만이 경쟁 카르텔 소속 조직원 두 명을 죽기 직전까지 때린 뒤에 총으로 쏘아 죽인 뒤 화장을 명령했다고 말했다. 다른 한 명에 대해서는 생매장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구스만이 살인을 교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증인은 구스만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사촌을 죽이고 자신과 악수를 거부한 상대 카르텔 조직원을 보복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왜 죽여야 햐냐는 질문에 구스만은 "너희 엄마를 울리느냐, 남의 엄마를 울리느냐의 문제"라고 답했다고 증인은 말했다.
구스만은 형이 확정될 경우 콜로라도 주 플로런스 인근에 있는 중범죄자 전용 'ADX 플로런스' 교도소에 수감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ADX 플로런스는 ‘깨끗한 지옥’으로 불린다. 시설이 좋지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범죄자들을 수용하고 있어서다. 대부분이 독방이며 수감자들이 접촉할 수도 없다. 탈출 또한 불가능한 장소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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