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무역 잣대된 RE100, 국내선 아직 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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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입력 2019-02-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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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사람들이 정작 자리에는 없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신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 출범식'이 끝난 뒤 한 대기업 전략담당자는 볼멘소리를 냈다.

이날 행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신한금융그룹 등 10여개 국내 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선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정작 법안을 발의해야 할 상당수 정치인들이 바쁜 일정 등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 

정부는 2017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늘린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어떻게 이 목표를 달성할지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예가 'RE100(RenewableEnergy 100%)' 가입률이다. RE100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생산해 사용하겠다는 선언이다. 애플·구글·BMW 등 글로벌 기업 150여곳이 동참했고, 이 중 애플과 구글은 이미 100% 전환을 달성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RE100에 가입한 기업이 단 한곳도 없다.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시대적 흐름에는 공감하지만, 태양광 등 자체 설비만으로 국내 에너지 사용량을 100%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0.4%(2018년 기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수원사업장에 약 50억원을 투자해 추가 태양광을 설치했지만 전체 전력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RE100은 이제 단순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국제 무역의 잣대로 확장되고 있다.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삼성전자에 이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고, 삼성SDI·LG화학 등 배터리 회사들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고 있다. 때를 놓치면 글로벌 불매 운동, 거래 중단 등의 위협에 직면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해법은 없을까. 중국, 미국 등 전 세계 70여개국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사용자가 구매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우리도 이를 적극 도입하면 된다. 지난 7월 국회 신재생에너지포럼 공동대표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생에너지 구매제도를 포함한 일명 'RE100법'을 발의했고, 정부도 해외 사례 조사 등에 나서고 있다.

때를 놓치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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