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업계에서 두 가지 브랜드를 운영하는 ‘듀얼 브랜드’가 필수 전략으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가격대 별로 차별화 된 브랜드를 운영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애플의 가격 인하와 삼성의 가성비 전략으로 느슨해진 프리미엄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중국경제망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 3위 업체인 비보는 전날 오전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자사의 새로운 스마트폰 브랜드 아이쿠(iQOO)의 출시 소식을 알렸다. 이로써 화웨이, 오포, 샤오미, 비보 등 중국 4대 스마트폰 업체 모두 두 가지 브랜드를 보유하게 됐다.
아이쿠 제품 가격은 5000위안(약 83만원) 이상의 고가로, 기존 제품 시리즈와는 분리돼 운영된다. 비보는 그동안 다른 브랜드에 비해 저렴한 제품 가격 탓에 중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는데, 고가 제품 주력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화웨이, 오포, 샤오미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업계는 제품 가격대에 차이를 둔 듀얼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초 샤오미는 자사의 저가 제품 시리즈 홍미(레드미)를 별도의 브랜드로 독립시켰다. 화웨이가 저가 제품을 ‘아너(HONOR)란 브랜드로 별도 운영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아너는 지난 2013년 출범후 가성비를 무기로 신세대 고객 공략에 성공한 브랜드로 꼽힌다. 오포도 지난해 인도 시장을 겨냥한 온라인 전용 브랜드 리얼미(Realme)를 출범했다.
이들은 중저가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지만 이 이면에는 기존 브랜드를 고급화 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실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올 들어 프리미엄폰 시장 진출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있다. 중국 IT매체 타이메이티(鈦媒體)에 따르면 오는 3월 정식 출시되는 화웨이의 P30 시리즈의 가격은 최고 6000위안에 달한다. 아이폰, 갤럭시 시리즈 신제품과 맞먹는 가격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인하하고, 삼성전자가 중국 견제를 위해 ‘가성비 전략’을 펼치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폰 시장의 틈새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타이메이티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장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며 업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돌파구는 프리미엄 시장을 타깃으로 한 5000이위안 이상의 제품을 내놓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애플과 삼성의 공백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달 애플은 계속되는 판매 부진으로 아이폰 가격을 중국에서 최대 20% 인하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인도의 출시한 갤럭시M 시리즈의 가격을 10만원대로 책정하는 등 가성비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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