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를 위탁받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실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2011년 이후 7년 만이며, 보사연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를 위탁받아 진행됐다. 만 15세 이상 44세 이하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조사 결과, 조사에 응답한 여성 중 임신경험이 있는 여성은 3792명(38%)이었다.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756명(성경험 여성의 10.3%, 임신경험 여성의 19.9%)으로 조사됐다.
인공임신중절을 하게 된 주된 이유로는 ▲학업‧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이 각각 33.4%, 32.9%, 31.2%(복수응답)로 높게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술 비율은 갈수록 감소추세다.
실태조사를 통해 여성인구 1000명당 인공임신중절술 비율을 계산한 결과, 2005년에는 인공임신중절률이 29.8%(34만2433건)에 달했으나 2010년에는 15.8%(16만8738건)로 감소했다.
재작년인 2017년에는 약 4만9764건인 4.8%로 추정된다.

인공임신중절 추정건수 및 인공임신중절률 [사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1년에 비해 피임을 하는 비율이 12.4% 늘었다. 콘돔 사용을 하는 비율이 37.5%에서 지난해 74.2%로 36.7% 증가했으며, 사전 경구피임약 복용도 같은 기간 7.4%에서 18.9%로 늘었다.
청소년 피임실천율은 2014년 43.6%였던 수치가 2016년 51.9%로 상승했으며, 사후피임약 처방은 2017년 1783건으로 확인돼 2012년보다 28.8% 증가했다.
그러나 보사연은 이 같은 수치가 과소추정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 전문가 단체도 연간 실시되는 낙태수술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성 75.4%는 설문조사에서 낙태를 죄로 규정하는 형법 제269조와 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현행법상 낙태는 불법이다. 낙태 시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며, 낙태를 실시한 의사 등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배우자나 본인이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와 결혼할 수 없는 혈족‧친인척 간 임신된 경우, 강간‧준강간 임신 등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모건법 제14조와 시행령 15조에 대해서도 여성 48.9%가 개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수치가 향후 헌법재판소 낙태죄 관련 위헌 여부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 분석하고 있다.
인공임신중절 문제와 관련해 필요한 정책 수요로는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공동책임의식 강화가 27.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피임교육이 23.4%로 조사됐다.
보사연은 “인공임신중절 경험 여성과 경험하지 않았지만 인공임신중절을 고려한 여성 모두 인공임신중절 결정(내지는 고려) 사유 상당부분을 사회경제적 배경에 둔 것을 염두 해야 한다”며 “임신·출산을 법률적 혼인제도 안에서만 바라보는 사회의 차별을 개선하고, 출산‧양육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국가의 충분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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