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경영비리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이유로 구속을 피하고 음주가무 등을 즐기다 논란이 불거진 이호진(57) 전 태광그룹 회장이 조세죄에 대해 집행유예를 얻어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는 15일 오전 10시 302호 법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 대한 재파기환송심을 열고 횡령·배임죄에 징역 3년, 탈세죄에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차례의 항소심과 두 차례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다시 심리하게 됐으나,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은 수차례에 걸친 재판부 판결에서 다뤄져 모두 철회하고 양형만을 다루기로 한다”면서 “이번 대법원 재상고심에서 피고인만이 상고를 했기 때문에 불이익 변경 금지원칙 적용으로 이전에 내려진 양형을 넘는 선고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사건 정황을 볼 때 분리 선고를 해야 되는 것 외에는 양형 변경 사유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횡령죄와 탈세죄로 나눠서 형을 선고했다.
우선 횡령 부분에 대해서는 “변제한 사정은 인정되나 금액이 크고,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횡령죄에 대해 집행유예를 판결하면 고질적인 대기업 횡령 문제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탈세 부분은 “포탈세액이 약 7억원 정도이고 현재 국고에 반환한 점, 형을 분리해 독자적인 양형을 결정할 경우에는 집행유예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기업 총수인 이 전 회장은 모친과 함께 장기간 회계조작을 통해 조직적인 방법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를 차명계좌 채권으로 관리·이용하고,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다만 이에 대한 법원 판단은 녹록지 않았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범행 혐의 범위를 특정 하는 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판결이 달라졌다. 1심은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일부 혐의를 제외하거나 무죄로 판단해 벌금을 10억원으로 감액했다.
이후 대법원은 2심에서 다뤄진 횡령액을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로 파기 환송했고, 이후 파기환송심에서는 징역 3년 6개월로 형이 줄었다. 이에 대해 이 전 회장 상고로 이뤄진 대법원 재상고심에서는 금융회사 최다출자자 1인은 조세포탈 혐의를 다른 죄와 분리해 심리·선고했어야 한다는 주장 일부를 받아들여져 고등법원으로 재파기환송됐다.
결국 이번 사건은 1심부터 재상고심까지 5차례 선고가 이뤄진 후 이번 재파기환송심까지 총 6번의 공판이 벌어진 끝에 징역 3년, 징역 6개월 양형분리와 징역 6개월에 대한 집행유예 2년으로 종결됐다.
특히 이 전 회장은 실형선고로 2011년 1월 구속기소됐으나, 같은해 4월 건강 상의 이유로 구속집행 정지, 2012년 6월에는 병보석 허가로 석방돼 총 7년8개월 가량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기간 중 음주와 흡연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황제보석’이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지난해 12월 검찰 보석 취소 요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이 전 회장은 6년여만에 재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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