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찾은 서울 성북구는 2352가구에 달하는 래미안길음센터피스, 1091가구 규모의 래미안아트리치 등 신축 아파트가 입주를 앞둔 시점으로 이들 아파트뿐 아니라 기존 단지들의 전셋값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울산 등 지방에서 발생하고 있는 역전세 현상이 일부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 신규 아파트 전세계약 시점부터 전셋값 하락 가속화
서울 성북구는 2월 입주를 앞둔 래미안길음센터피스, 래미안아트리치 등의 전세계약이 시작된 3~4개월 전부터 일대 전셋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성북구 송천센트레빌 인근 S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송천센트레빌 25평이 4억원까지 나오다가 지금 3억~3억2000만원 사이다. 강북구 미아동부센트레빌 30평대의 경우 4억3000만원까지 가다가 3억3000만원이 됐다. 거의 8000만~1억원정도 내려갔다"고 말했다.
송천 센트레빌 인근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성북구 길음뉴타운동부센트레빌은 30평대가 3억7000만~3억8000만원정도였다 지금은 3억원선까지 내려갔다"고 전했다.
신규 입주 아파트인 래미안길음센터피스도 마찬가지다. S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래미안길음센터피스 20평대 전세가가 4억5000만원정도였는데 지금 3억5000만원에 거래되니 1억원가량 하락한 셈"이라며 "집주인들이 세입자 입맛 맞추느라 에어컨, 중문 등 달아주는 경우도 나온다"고 말했다.
래미안길음센터피스가 입주 예정인 성북구 길음동뿐 아니라 래미안아트리치 입주를 앞둔 석관동도 전셋값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래미안아트리치 인근 O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문동대림e편한세상 24평이 작년만 해도 3억5000만~3억80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3억원"이라면서 "지금은 3억8000만원이면 30평대를 구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래미안아트리치 인근 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래미안아트리치 25평이 4억원까지 나오다 근래엔 3억원에 나온다"면서 "석관하늘채코오롱은 지난해 2억6000만원에 중개했는데 지금은 2억3000만원에 나간다"고 전했다. 래미안아트리치는 신축 아파트인 만큼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던 터라 낙폭도 기존 단지들에 비해 크다는 설명이다.
일부 단지들 사이에선 '역전세' 우려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S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2년 전 3억7000만원에 세입자를 구한 분이 최근 3억2000만원에 새로운 세입자를 받았다"면서 "입주시기가 지나면 전셋값이 반등할 것으로 보여 이런 상황이 지속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래미안아트리치 인근 O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금은 전세물건이 2년 전과 같거나 그보다 몇천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상황"이라며 "집주인들이 본인 돈을 보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전셋값이 지금보다 더 하락할 경우 급매가 출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래미안아트리치 인근 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래미안아트리치는 이달 28일부터 4월까지 입주"라면서 "4월이 넘어가면 중도금·잔금에 이자가 붙으니, 그때 가선 싼 매매물건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반면 송천 센트레빌 인근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역전세가 발생하면 집주인들이 급매를 내놓기 마련인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등 세입자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어 싼 물건이 나오진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고 매맷값 하락은 그에 비해 크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갭투자자들도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예전에는 본인자금 2~3억원이면 갭투자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래미안길음센터피스의 경우 매맷값과 전셋값 차이가 4억5000만원정도"라며 "전셋값은 많이 떨어졌고 집값은 그에 비해 내리지 않으니 갭투자자가 시장에 진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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