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위원회에 총 2515건의 분쟁 조정이 접수됐는데, 이 가운데 71.6%인 1801건이 전세 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분쟁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 보증금을 제때 못 받고 있어 집주인에게서 보증금을 받게 해달라는 조정신청이 10건 중 7건을 넘는 셈이다.
이는 2년 전과 비교해 전세금이 하락하는 주택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전세 보증금이 2년 전보다 내린 아파트가 38.6% 증가했다. 서울은 13.2%, 수도권은 29.7%였으며, 지방은 51.3%로 절반 이상이 2년 전 전세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전셋값이 내려간다는 소식이 세입자들에겐 반가울 테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다른 곳으로 이사하거나 재계약할 때 떨어진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이른바 '깡통전세' 피해자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정부는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군산에서 열린 서민금융행사에서 "지역적으로는 전세가 하락폭이 큰 곳이 있지만 광범위한 것은 아니고, 현재로선 어떤 대책을 내놓을 정도는 아니다"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은 집주인이 할 일"이라고 밝혔다. 역전세난 해소를 위한 대출이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버티는 자금이 되거나, 부동산시장으로 재투입될 수 있다는 점은 정부로서는 부담일 것이다.
그러나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세입자나 보증금을 반환해줄 형편이 되지 못하는 임대인의 마음 고충은 적지 않다. 퇴로는 열어줘야 한다.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한 주택 매각 때 혜택을 주는 방안이나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용도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전세제도 및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 지원도 다양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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