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정은6를 주목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정은의 이름 뒤에 붙는 숫자 ‘6’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곁들였다. ‘오탈자’가 아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여섯 번째 ‘이정은’이라고 소개했다.
이정은은 LPGA 투어가 꼽은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2017년부터 2년 연속 KLPGA 투어 상금왕에 오르며 국내 무대를 평정한 이정은을 ‘슈퍼 루키’로 기대하는 건 당연했다.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위상은 텃밭인 미국 선수들보다 높은 게 사실이다. 또 이정은은 LPGA 투어 퀄리파잉 시리즈를 수석 통과해 풀시드권을 받은 실력자다.
이정은은 지난주 호주 애들레이드의 그레인지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을 통해 LPGA 투어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이정은은 나흘간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하며 공동 10위에 올랐다. 부담이 큰 데뷔전 무대에서 ‘톱10’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경기 내용도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만족할만했다. 대회 첫날 퍼팅 적응을 못해 이븐파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둘째 날에는 ‘보기 프리’ 경기를 펼치며 버디만 3개를 잡았다. 셋째 날에는 5타를 줄이는 맹타로 공동 3위까지 올라 ‘이름값’을 해냈다. 마지막 날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맞바꿔 타수를 줄이지 못했으나 첫 무대 경험으로는 훌륭했다.
이정은의 데뷔전 기록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린적중률이다. 81.94%로 전체 3위에 올랐다. 예리한 아이언 샷의 정확도가 높았다는 의미다. 반면 그린 적중 시 홀당 평균 퍼트 수는 1.86개로 95위에 불과했다. 현지 그린 적응이 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정은도 데뷔전 결과에 만족했다. 그는 대회를 마친 뒤 “첫 대회는 컷 탈락이 될까봐 살짝 걱정했는데 ‘톱10’이라는 성적은 정말 만족스럽다”며 “3라운드까지 순위가 높아 최종 라운드가 조금 아쉬워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2015년 김세영, 2016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 2018년 고진영에 이어 LPGA 투어 5년 연속 한국 선수 신인왕에 도전한다. 이정은은 데뷔전에서 신인왕 포인트 50점을 획득, 이미 2개 대회를 소화한 샬롯 토마스(잉글랜드‧85점)와 로렌 스티븐슨(미국‧73점)에 이어 3위에 랭크됐다.
이정은의 최대 강점은 신인답지 않은 묵직함이다. 흔들림 없이 묵묵하게 경기를 풀어간다. 포기를 모르는 근성을 갖춘 것도 험난한 미국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이번 데뷔전을 통해서도 엿보였다.
이정은은 이번 주 태국에서 열리는 혼다 LPGA 타일랜드를 건너 뛴 뒤 다음 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 나선다. 지난해 데뷔전 우승 신화를 쓴 고진영보다는 늦었지만, 빠른 우승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회다. ‘핫식스’의 예열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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