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내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1차 회담에 비해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낙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김 전 센터장은 28년 동안 CIA에 몸 담았으며 지난해 북미 간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지난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에 빠짐없이 동행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서한을 전달한 것도 김 전 센터장이다.
현재는 은퇴해 민간인 신분이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22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공개 강연 행사를 통해 은퇴 후 처음으로 북미 협상 뒷얘기와 향후 협상의 방향을 소개해 이목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4월 방북 당시 뒷얘기를 풀어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있냐고 묻자 김 위원장이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내겐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이 평생 등에 핵무기를 지고 살아가길 원치 않는다”라는 대답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얘기로 김 위원장이 핵프로그램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또한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인 3명이 송환됐던 사실을 지목하면서 "북한이 우리와 대화를 하고 싶다는 징후를 느끼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센터장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류 언론을 장식한 회의론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협상이 때로는 느리게 흘러가고 때로는 극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던 초창기부터 강조했듯 "눈을 부릅뜨고" 경계심을 늦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카드로 시사한 영변 핵시설 폐쇄와 관련,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핵무기 생산 능력이 대폭 감축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 전 센터장은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강조하면서 북미 간 비핵화 조치와 그에 따른 상응조치를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김 전 센터장이 말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조치에는 모든 핵시설의 폐쇄, 미국 및 국제 전문가의 대량살상무기 시설 접근 허용, 핵무기 및 시설의 해체 시간표 합의, 관련 핵물질 반출,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가 포함됐다.
그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로는 북한 은행거래 관련 제재 완화, 수출입 한도 제재 완화, 여행 금지 해제, 연락사무소 설치, 문화적 교류, 종전선언, 종국적으로 평화 협정과 최종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가 가시화될 때의 제재 완화가 거론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구 정부가 우회적으로 북한에 내놓을 수 있는 상응 조치를 공개함으로써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김 전 센터장은 “나는 만약 우리가 협상을 제대로 한다면 이 모든 것이 성취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북한 비핵화에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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