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2차 핵담판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의 전·현직 '북한 협상가'들이 북한 비핵화에 낙관론을 띄우면서 정상회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막후에서 북·미 협상에 깊이 관여한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센터장은 미국 주류 언론을 장식한 비핵화 회의론을 반박할 만한 협상 뒷얘기를 풀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CIA 은퇴 후 처음으로 지난 22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공개 강연에 나선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4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했던 방북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김 위원장이 핵 포기 의사를 묻는 질문에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내겐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이 평생 등에 핵무기를 짊어지고 살길 원치 않는다”라는 대답을 했다고 말했다. 가족까지 언급하면서 비핵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으로 비핵화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이날 김 전 센터장은 1차 회담보다 2차 회담은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낙관하는 한편 세간에서 우려하듯 북한의 손에 놀아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카드로 시사한 영변 핵시설 폐쇄의 경우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핵능력이 현저히 감소되는 조치”라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하루 전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역시 북한 비핵화를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 베를린 장벽 붕괴에 비유하면서 희망적으로 그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2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당장 나설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1989년 독일에서 장교로 복무하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그날에는 아무도 그때 장벽이 붕괴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으로선 아무도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지만 그런 날이 오길 희망한다”면서 “언젠가 모두 잠에서 깨어나 세계가 1989년과 같은 순간을 맞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북·미 협상에 깊숙이 발을 담갔던 인물들이 직접 나서서 비핵화 불신론을 반박하고 낙관론을 띄우는 데는 미국 조야에 파다한 회담 무용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북·미 간 막판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으로부터 통 큰 조치를 이끌어내 ‘빅딜’을 만들어 보자는 메시지도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 비핵화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속도조절론이 2차 회담의 기대치를 낮추는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여전히 미국의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라고 강조하면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약속을 이행하기 시작해 진정한 진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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