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중국과 일본 손잡고 걷는데 우리 이대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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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19-02-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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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중국엔 눈치만 보고 일본과는 갈등 확산, 민간 외교마저 실종된 지 오래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올 구정에도 중국 관광객의 일본 방문이 대성황을 이루었다. 작년보다 무려 10%나 늘었다고 한다. 특히 삿포로 눈꽃 축제에 유커들이 대거 몰려와 넘쳐나는 쓰레기와 교통 체증으로 오히려 현지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을 정도다. 중국과 일본은 급증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 수요에 대비하여 양국 간의 항공 노선을 증설하는 등 지방 교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 특수와 맞물리면서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3,119만 명으로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은 약 1/4인 838만 명에 달했으며, 전년 대비 13.9%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잠정적으로 일본의 절반 수준인 1,535만 명이며, 이중 중국인 관광객은 479만 명이었다. 2017년 417만 명보다 소폭 늘었으나 기대 수준에 월등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의 관광 인프라가 일본에 비해 열악한 것도 원인이지만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급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관광객뿐만 아니고 중국 시장 내에서의 한국과 일본 자동차 브랜드 판매량을 보더라도 우려할 만한 수치가 나온다. 최근 2∼3년 동안 한국차와 일본차의 명암이 현저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차는 계속 추락하고 있는 반면 일본차는 선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2018년 브랜드 별 판매량을 보더라도 일본 브랜드의 점유율은 16.7%(혼다: 6.4%, 도요타: 5,3%, 닛산: 5.0%)로 순위도 2, 4, 5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 브랜드는 5.0%(현대: 3.4%, 기아: 1,6%)로 8위와 21위로 순위가 대폭 내려앉았다. 이에는 우리 브랜드가 현지 SUV 수요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지만 2017년 사드 보복 이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이유도 내포되어 있다. 이에 따라 공장 가동률이 마침내 50% 이하로 떨어지는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점유율 만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역부족이 역력하다. 설상가상으로 작년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28년 만에 2.8% 감소하였으며, 생산량도 4.2% 줄었다.

자동차에 그치지 않고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수입 시장에서도 한국산이 과거와 다르게 고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산은 비교적 잘 팔린다. 중국 본토는 물론이고 홍콩, 선전 등 관광지에서도 중국 소비자들에게 일본산이 불티나게 팔리는 현장이 목격되기도 한다. 일본 소비재 상품에 매료된 중국 관광객들이 지속적으로 구매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모레퍼시픽이나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산의 브랜드 파워가 급속도로 하락하면서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중국에서 계속 남아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중국을 줄이고 동남아 시장 개척에 더 공을 들이고 있기도 하다. 한국 기업은 중국에서 빠져 나오려고 하나 일본 기업은 오히려 중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자동차 기업이 대표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모처럼 찾아온 중국에서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구미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의 제휴를 기피하고 있는 틈새를 이용해 일본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경제는 이념과 명분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생물, 실사구시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자에 있었던 중국과 우리, 그리고 일본과의 정치적 관계를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과 일본은 지난 2012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 이후 2년 이상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일본 브랜드의 자동차나 소비재 판매가 급감하면서 반사적으로 한국 브랜드가 최고조의 이익을 누린 바 있다. 이 시기에 중국 관광객의 일본 방문도 뜸해지면서 이들의 한국행이 러시를 이루었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2017년부터 마치 준비된 시나리오처럼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이 누리던 반사이익을 일본에게 고스란히 넘겨준 것이다. 중국의 수입 혹은 해외 관광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이 정착하게 대체재 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으로서는 크게 손해 볼 일도 없고, 이웃 한국과 일본을 길들이는 부수적인 효과도 누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속이 편치 않다. 안팎으로 시장 상황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이참에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는 당연히 맞다. 하지만 이에 물려 있는 기업이나 개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연착륙시켜 나가는 지혜 또한 중요하다. 점진적으로 해야지 일시에 하려다 보면 충격파가 커지기 마련이다. 경제적 이유가 아닌 불편한 정치적 관계 지속으로 민간이 계속 피해를 보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를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이 보이지 않은 지도 오래된 것 같다. 예전에는 정부 간 관계가 악화되면 경제계 등이 민간 레벨의 교류 물꼬를 트면서 간격을 메우기 위해 노력을 했다. 요즘에는 이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는 경제계가 이런 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정치적 갈등을 이유로 반도체용 불화수소 수출 금지라는 보복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이 판에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 25% 부과라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말 이래서는 안된다. 늦기 전에 민관 경제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야 한다. 경제는 이념이나 명분이 아니고 실사구시이고 생물이다. 이대로는 더 이상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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