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이란에 썼던 경제 제재 해제 카드, 이번에도 꺼낼까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아마도 핵무기가 없다면 자신의 나라(북한)가 세계의 대단한 경제강국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위치와 인민(과 김 위원장)은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성장에 대한 더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트윗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25일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할 것이라는 일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나온 것이다. 그간 미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경제 제재 해제 가능성을 거듭 강조해온 상황에서 2차 회담을 앞두고 다시 한 번 그간의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리비아가 북한의 비핵화에 있어 미국이 선호하는 모델로 꼽힌다. 리비아는 2004년 WMD(대량살상무기) 해체와 반출 등 구체적인 조치 이후 그해 경제 제재 해제와 연락사무소 설치라는 '당근'을 얻었다. 이번 회담에서 도출하게 될 이른바 '하노이 선언'에 WMD 폐기 조항이 담길지 주목되는 이유다.
◆김정은 '열차 외교' 주목...'체제 보장' 반영될까
다만 김 위원장이 하노이행에 나서며 편한 길 대신 기차를 이용해 60시간에 이르는 대장정을 기획한 것은 경제 제재 해제만 노린 게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제 개혁을 표방하면서도 북한의 현체제를 주체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라크·리비아·이란 등 선행 비핵화 국가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핵무기 보유 이유는 안보와 체제 유지에 있었다. 단지 경제 제재 해제뿐만 아니라 체제 보장을 전제로 했기에 비핵화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서방국가의 경제 지원을 전제로 비핵화에 합의했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 당시 핵무기를 포기한 걸 후회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특히 북한의 경우 다른 나라보다 정치적인 상황이 불안한 데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오랫동안 겪어온 만큼 체제 안전 보장 문제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중국이 지난해 4차례나 김 위원장을 초대한 것은 북한의 경제 모델은 미국이 아닌 중국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다만 김 위원장은 거기서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 싱가포르 회담 당시 중국의 항공기를 대여, 이동했지만 올해는 전용열차 편으로 하노이로 향했다. 중국 본토를 횡단하는 동시에 중국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베이징인민대학의 북한 전문가인 청샤오허는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그랬던 것처럼 중국 깃발을 달고 있는 중국 비행기 앞에서 손을 흔들며 중국과의 강력한 연대를 세계에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드레이 란코브 국민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중국처럼 외국의 투자를 수용한다면 매우 부유한 나라가 될 것이고 북한 지도자들은 꿈도 꾸지 못할 생활을 누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다만 북한은 안보가 우선이며 핵무기 감축 협상은 가능하지만 비핵화는 꿈"이라고 지적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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