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야구, 농구, 배구, 골프 등 한국 프로스포츠에 종사하는 여성 선수 가운데 37.7%가 입단(종사) 이후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6일 한국프로스포츠협회와 함께 5대 프로스포츠 종사자 대상으로 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성폭력 실태조사는 성폭력 예방 정책의 정확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시행됐다.
이번 성폭력 실태조사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무기명 전수조사로 실시했으며 모집단은 5개 종목, 7개 프로연맹(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야구위원회, 한국농구연맹, 한국여자농구연맹, 한국배구연맹, 한국프로골프협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소속 선수, 코칭스태프, 직원 전원과 관련 종사자(치어리더, 체육기자) 등 총 8035명이다. 이 가운데 응답자는 927명(응답률 11.5%)으로 집계됐다.
조사 결과 ‘입단(종사) 이후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 중 14.2%(여성 응답자 중 37.3%, 남성 응답자 중 5.8%)였으며, 선수의 경우에는 응답자 중 15.9%(여성 응답자 중 37.7%, 남성 응답자 중 5.8%)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 중 4.3%(여성 응답자 중 11.9%, 남성 응답자 중 1.5%), 선수의 경우에는 4.9%(여성 응답자 중 11.3%, 남성 응답자 중 1.7%)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입단(종사) 이후 언어적·시각적·기타 성희롱이 12.7%(여성 응답자 중33.0%, 남성 응답자 중 5.1%)로 나타났으며, 육체적 성희롱은 4.3%(여성 응답자 중 12.9%, 남성 응답자 중 1.0%), 온라인 성범죄는 1.1%(여성 응답자 중 4.0%, 남성 응답자 중 0%)인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피해 이후 신고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내부 또는 외부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4.4%에 불과했다. ‘내·외부 기관에 신고는 하지 않았으나, 주변 동료 및 지도자에게 알렸다’는 응답은 29.4%였으나, ‘내·외부 기관에 신고도 하지 않고 주변 동료 및 지도자에게 알리지도 않았다’는 응답이 69.5%나 됐다.
성폭력 가해자는 선수의 경우 코칭스태프(35.9%)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선배 선수(34.4%)였다. 가해 장소는 회식자리(50.2%)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훈련장(46.1%)으로 조사됐다.
또 성폭력 고충처리제도를 인지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서, ‘소속 단체 내 성폭력 고충처리기구(상담창구 등)가 있다’라고 답한 사람은 19.0%,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처리 규정이나 지침이 마련되어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28.8%였다. 최근 1년간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응답자 중 63.1%였으며, 교육이 ‘성폭력 예방에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은 93.0%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 프로연맹과 협의해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 수준의 후속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각 프로연맹의 상벌 규정을 개정해 성폭력 가해자의 영구제명을 추진하고, 성폭력 은폐를 시도한 구단·지도자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을 권고할 방침이다. 또 각 프로연맹의 신고센터와는 별도로 ‘프로스포츠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가칭)’를 신설하고, 전문기관과 연계해 신고 접수부터 민형사 소송까지 성폭력 피해자 상담, 심리치료, 법률 지원 등을 수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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