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에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수조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경영간섭은 물론 주가 하락으로 인한 투자 손실을 배당으로 빼가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26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엘리엇은 다음 달 예정된 주주총회의 주주제안으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각각 3명과 2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에서 후보를 확정하면서 엘리엇이 추천한 이사를 배제해 주총에서 표 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이 제안한 인사들도 나름 지명도가 있지만 특정 산업에 경력이 치우쳐 있거나 현대차그룹의 경쟁업체에 근무하고 있어 이들이 현대차, 모비스 사외이사로 활동할 경우 핵심 기술 유출이나 이해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또한 엘리엇은 현대차에 대해서는 보통주 기준 배당금 4조5000억원,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는 2조5000억원을 요구했다.
이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제안한 주당 4000원(중간배당 포함)보다 5~6.6배 많은 수준이다. 현대차의 경우, 우선주 배당금(1조3000억원)을 포함하면 배당금 총액은 5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지난해 영업이익(2조4222억원)의 2.4배, 순이익(1조6450억원)의 3.5배 규모다.
업계에서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 쓰일 재원이 현금 배당에 모두 쓰인다면 회사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까지 막대한 손실을 끼치게돼 모두 손해라는 분석이다. 국민연금도 이익규모를 뛰어넘는 배당금 지급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이날 이사회에서 각각 보통주 1주당 기말배당 3000원을 배당하는 안건을 내달 주총에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지난해 중간 배당 1000원을 포함하면 보통주 1주당 총 4000원의 배당이 이뤄지는 셈이다. 현대모비스도 지난해 주당 3500원이었던 배당금을 4000원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재계에서는 엘리엇이 주식 매입 후 주가가 떨어지자 배당으로 수익을 챙기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은 보유 주식의 주가하락으로 34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엘리엇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엘리엇은 배당으로만 2000억원 이상을 챙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단기 투자 차익을 챙기고 지분을 모두 팔아버리면 심각한 국부유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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