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자들은 매년 부동산 보유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KEB하나은행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른바 '강남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은 50% 넘게 차지한다. 평균 자산 4억1000만원으로 집계되는 국내 전체의 가구에서 거주주택을 포함한 실물자산이 74.7%인 것과 비교했을 땐 적은 수치지만, 부자들의 총자산 약 133억원에 가구 연간소득이 5억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무척이나 크다.
부자들은 집을 여러 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정부가 고가 및 다주택자의 '핀셋 증세론' 정책을 이어가자 절세 전략 중 하나로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증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상속·증여 자산 유형으로 부동산을 가장 선호한다는 관련 보고서도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경진 수석연구원은 "부동산을 상속 수단으로 인식하는 건 미래가치 상승을 예상한 데 따른다. 또 임대 등 일정 수익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세금 낼 바엔 자식에 주겠다'는 움직임은 실거래 가격으로 과세되는 아파트가 아닌 공시가를 활용하는 단독·다가구 주택에서 더욱 활발히 보인다. 김종필 세무사가 모의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용산구 한남동의 한 단독주택은 2018~2019년 공시가격이 16억3000만원에서 26억1000만원으로 60% 이상 뛸 전망이다. 만일 부모가 증여세를 대납한다고 가정하면, 기존 7억5000여 만원이던 세금은 곧 15억4000여 만원으로 늘어난다.
실제 서울에서 3주택 이상을 가진 사람이 한 채를 팔면 양도세가 최고 62%, 2주택자의 경우 52%를 내야 한다. 하지만 자녀에게 집을 증여하면 본인의 세금 부담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증여세도 대신 처리해줄 수 있다. 다주택자들이 증여를 선택하는 이유 중에는 빠르게 확산 중인 '거래 절벽'도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아파트 시세가 크게 떨어지면서 팔기 아까운 것도 사실이다.
전세가율이 높은 재건축 단지에서는 부담부증여가 두드러진다. 간략히 전세보증금 등 부채를 끼고 집을 넘겨주는 방식이다. 증여받는 자녀는 전체 가액에서 채무를 제외한 부분만 증여세를 내기 때문에 '갭투자 물건' 등을 처리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다만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의 우려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양도소득세 중과 등 여러 규제 이후에 매매거래는 대폭 줄었다. 아파트 가격이 본격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단독주택가격은 달리 변동이 없다는 것은 과거엔 나타나지 않았던 변화"라며 "강남권역이나 용산·성동구 등지 고가 아파트 위주로 증여 거래의 증가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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