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이 베트남에 투자하도록 하려면 현지에서도 한국처럼 기술수준이 높은 인재를 배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응우옌탄로이(Nguyen Tan Loi) 이스턴 인터내셔널 대학(EIU) 이사장이 지향하는 베트남 대학 비전이다. 베트남 국영기업인 베카맥스(Becamex IDC)가 2010년 설립해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대학이 바로 EIU이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산업과 창업 등 중심에 선 스탠퍼드대학처럼, EIU 역시 베트남 산업에 새 바람을 일으킬 인재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베트남 남부지역 신도시개발이 한창인 가운데 스마트 시티 등이 조성되고 산업 발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기술과 경영에 전문화된 인재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로이 이사장은 "EIU는 2011년부터 신입생을 받기 시작해 9년차로 접어드는 올해까지 4000명 졸업생을 배출했다"며 "전공은 크게 △비즈니스 △엔지니어링 △컴퓨터 사이언스 등 7개이며 의과대학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카맥스 국제병원의 부원장이기도 하다.
◆베카맥스의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EIU
로이 이사장은 "기업가 정신은 개발도상국, 특히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에서 전망이 밝은 요소"라며 "△기술 혁신 △효과적인 지식 전략 관리 △고부가가치 상품 △서비스 및 산업에 대한 집중 등을 통해 고성장 벤처의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창업 생태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 개발도상국 경제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는 얘기다.
그는 "정부에서도 창의와 혁신을 위해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연계된 협력적 기업가적 환경과 조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개인이 공동체 일부가 되고, 기업가 정신과 혁신에 집중하기 위한 종합적인 커리큘럼을 만들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육성하기 위한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 이사장은 "야심 있는 기업가가 모여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야 하며, 창업 혁신을 촉진해 공동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지역사회를 위한 기업가적 사고방식과 기업가적 생태계를 개발해 국가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시장에 가치를 전달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창업 기업을 위한 인프라와 제도 등 튼튼한 기반을 제공하는 게 먼저라는 게 로이 이사장 생각이다. 그는 "기업가와 지원 조직을 위한 활동, 네트워크 기회를 통해 베트남 창업 생태계를 풍요롭게 해야 한다"며 "EIU의 기존 전문지식과 자원으로 가치창출과 기술혁신을 가진 기업인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베카맥스는 굉장히 산업에 특화되고 기업에 특화된 기업이며 베트남 산업계를 보면, 베카맥스가 가장 큰 기업"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베카맥스는 EIU 설립을 통해 산업 발전에 속도를 내줄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기업이 베트남에 투자를 하고 싶어하는데, 분명 그때 한국 기업이 기술이 좋지 않은 사람을 채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굉장히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갖춘 사람들을 기업들이 원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부합할 수 있는 학생을 EIU가 단련시키고 있다. 기본적으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네트워크에 공 들이는 EIU
대전에서 만난 로이 이사장은 "2011년 개교와 함께 EIU는 충남대와 교육지원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만큼 한국은 형제·자매와 같은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 교류도 필요하겠지만, 회사와 기관이나 대학차원 교류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관계 유지를 강조했다. 현재 EIU가 학교 발전 2단계 과정에 들어선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가 정신, 혁신, 3D 프린팅 등 기술이 베트남 교육계에 접목돼야 한다는 데 그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로이 이사장은 "EIU의 중요 미션 중 하나는 한국을 비롯해 국제적인 대학 및 기관, 기구 등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맺는 것"이라며 "그 가운데 한국이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보다도 베트남 산업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경영학부 학장이 한국 사람인 만큼 한국과 베트남이 앞으로 계속 협력을 할 수 있는 물꼬를 트고 싶다"며 "오는 8월에는 6명의 한국인 학생이 EIU를 졸업하는 등 학생들의 다양한 교류 역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의 이번 한국 방문은 베카맥스 차원 교류 확대다. 지난달 베카맥스 경영진이 로이 이사장과 함께 대전을 방문, 대전시와 MOU를 맺고 대전 과학기술 분야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인적자원 교류와 함께 과학기술 협력을 통해 베트남 산업에 힘을 보태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로이 이사장은 "향후 10~15년 사이 한국 산업, 과학기술, 교육 등 분야에서 협력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기술 및 산업 전체적인 분야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인 교수들이 EIU에서 강의하기를 기대했다. 로이 이사장은 "많은 한국인 교수들이 EIU에서 강의를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주길 바란다"며 "한국 학생들 역시 베트남에 와서 프로젝트 등에 동참해 상호 의견을 나누고 창의적인 생각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빈증시를 비롯해 베트남 남부지역에서 스마트시티 건설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도시 개발과 시장을 키워온 한국의 경험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베트남 산업에 비전 제시하는 EIU
로이 이사장은 "EIU는 베트남에서 가장 새롭고 현대적이며 잘 배치된 대학교 중 하나"라며 "특히, 빈증 신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EIU는 20개가 넘는 공업단지, 물류 및 기타 사업 지원 시설들로 둘러싸여 있는 만큼 산업과 연계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빈증은 호찌민시(사이공)와 주변 4개 주를 포함하는 남부 주요 경제 구역(SKEZ) 일부"라며 "이 지역은 국가 전체 경제 자산의 약 70%를 생산하며 대부분 서구 기업이 토지, 노동력, 공공 시설 등 비용 측면에서 이점이 많아 이곳에서 산업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만큼 비즈니스 분야와 적합한 대학이 바로 EIU라는 게 그의 얘기다. 로이 이사장은 "EIU는 성장하는 비즈니스 분야를 지원하고 숙련된 인적 자원을 제공하는 등 대학에서 곧바로 기업으로 인재가 건너갈 수 있도록 직업훈련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또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하는 인재가 나와야 베트남 경제 역시 성장 경로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베트남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7.1%에 이를 정도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790달러에 달했다. 1985년 베트남 1인당 GDP가 230달러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최근 성장 속도가 무서울 정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베트남 내부에서도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혁신인재 양성과 다양한 국제관계 체결이 필요하다는 데 상당히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로이 이사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시장에서 학생들이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비즈니스 및 엔지니어링 과목 수준을 높이려고 힘을 쏟는 중"이라며 "EIU가 베트남 기업에 산업일꾼을 공급할뿐더러 베트남 경제에 도움을 주는 허브 역할을 하도록 지속적인 투자와 질적 개선 등에 팔을 걷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