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해양수산부]
남북 평화 무드와 맞물려 서해 5도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여의도 84배에 이르는 새로운 어장이 조성된 것이다. 남북 군사적 긴장으로 금지됐던 야간조업은 55년 만에 일몰 전·후로 총 1시간이 허용된다.
서해 5도 어장확장 및 조업시간 연장은 분단 이후 오랜 기간 동안 남북 간 긴장 상황으로 많은 불안과 불편을 겪어온 서해 5도 어업인들의 숙원이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다보니 서해 5도 인근에서 조업하는 것은 큰 제약이 뒤따랐던 것. 어민들의 조업은 늘 해양경찰과 해군 등의 보호 범위 안에서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제한적인 조업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4월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 이뤄졌고, 이어 9월에는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합의'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과 북은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협을 없애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서해5도 어장도 확대 논의에 들어갔다.
이에 지난해 9월부터 서해 5도 조업규제 개선을 위해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지자체(인천광역시, 옹진군), 어업인 대표 등과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 서해 5도 조업규제 개선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도 그 다음달 진행됐다.
그 결과 안전조업 유지방안 등 세부 이행방안에 대한 협의가 지난달 2월 이뤄졌고, 서해 5도 조업규제 개선안이 확정됐다.
서해5도 어장은 현재 1614㎢. 최근 해수부는 이 어장을 245㎢ 늘려 1859㎢까지 확장한다. 여의도 84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이번 어장 확장은 1992년 280㎢를 늘린 이후 10차례 이뤄진 어장 확장 중 최대 규모"라며 서해가 평화의 바다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64년 이후 서해 5도 주변 어장 확장은 총 14차례 이뤄졌다. 앞서 1992년 이후 10여차례 어장확장이 이뤄졌지만 2005년 90㎢를 확장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50㎢ 이하 소폭 확장에만 그쳐왔다.
현재 서해 5도 어장은 백령·대청·소청어장 368㎢, 연평어장 815㎢, A어장 61㎢, B어장 232㎢, C어장 138㎢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해수부는 이 가운데 연평어장을 815㎢에서 905㎢로 90㎢(동측 46.58㎢·서측 43.73㎢) 늘린다. 또 B어장 동측 수역에 154.55㎢ 규모의 'D어장'을 신설한다.
여기에 1964년 이후 55년 동안 금지됐던 야간조업도 일출 전, 일몰 후 각 30분씩 최초로 허용된다.
김 장관은 "다만 아직 평화 정착이 완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사시를 대비한 해경의 작전반경, 어민의 안전 확보 거리, 상호 충돌 가능성이 낮은 곳을 고려해 확장 지역을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변화를 가장 반기는 사람들은 바로 어민들이다. 조업구역과 조업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곧 어획량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해 5도 어장은 어선 202척이 꽃게·참홍어·새우·까나리 등을 연간 4000t 어획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약 300억원에 해당하는 중요한 어장이다. 해수부는 이번 조치로 어획량이 10% 이상 늘어나 인근 어업인의 수익도 덩달아 증가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서해 5도에는 백령 어장에 92척, 대청 65척, 연평 45척이 조업 중"이라며 "봄 꽃게철을 맞아 이번 어장 확대는 어민들의 어획량 증가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업규제 완화는 봄 성어기가 시작되는 4월 1일 조업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해수부는 '어선안전조업규정'을 3월 중으로 개정할 방침이다.
또 이번 확장된 어장 내에서 우리 어선의 안전 확보도 매우 중요한 만큼 어장 개장 시기에 맞춰 어장관리 및 조업지도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연평주변어장은 국가지도선 1척을 연중 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비성어기(12~3월, 7~8월)에는 지도선 수리 등 공백이 발생할 때 옹진군 어업지도선을 배치한다.
신설되는 D어장도 마찬가지로 성어기(4~6월, 9~11월)에 국가지도선 1척을 배치하고, 비성어기(12~3월, 7~8월)에는 옹진군 지도선을 배치키로 했다.
해수부는 확장된 어장에 대해 수산자원조사와 어장 청소를 벌여 서해 5도 주변 수역을 평화와 '지속 가능한 수산업'이 공존하는 어장으로 가꾼다는 방침이다. 해군본부와 협조해 '폐어망 수거 작전'도 펼친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서해 5도 어업인은 평화를 토대로 자유로운 어업 활동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어업 확장과 조업시간 연장이 어업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서해 5도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정착에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남북평화 정착을 비롯해 해군과 해경의 경비자원 확충 등 여러 여건이 개선되면 어장 확장과 조업시간 연장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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