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1박2일간 진행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국 ‘노딜’로 끝났습니다. 북측과 미국이 협상 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것인데요, 회담이 끝난 지금까지도 협상 결렬의 원인이 상대방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미관계가 경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미 군 당국이 기존의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북측에게는 일종의 ‘당근책’인데요, 이런 선택을 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키리졸브 연습은 북한 도발로 인한 전쟁 등 유사시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미국 증원군을 수용해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숙달하기 위해 실시하는 일종의 ‘전쟁연습’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됩니다.
매년 연례적으로 열리는데 한국 측에서는 국방부와 합참, 육·해·공군 작전사령부, 국방부직할·합동부대가 참가합니다. 미국측에서는 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 태평양사령부 등이 각각 참가했습니다. 2002년부터는 실제 병력과 장비가 투입되는 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과 통합돼 실시됐습니다.
한미 군 당국은 앞으로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 대신 '동맹'이라는 새 이름의 연합지휘소연습을 실시합니다.
이러한 선택을 한 배경에는 북한의 입장을 배려했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지만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도록 군사적 조치를 통해 분명히 밝혔다는 설명입니다.
핵 협상이 '노딜'로 끝나면서 사흘간 4500km를 달려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실망감과 당혹감, 허탈감에 빠졌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번 결정이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국면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유인책이 될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실제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 해온 북한도 일정부분 체면치레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당장 협상 결렬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강행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당분간 핵실험을 자제할 명분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 일각에서는 훈련비용을 부담스러워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뜻도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됐든 북미 관계를 중재하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군사적 긴장완화와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뒷받침되는 조치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