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50주년을 맞은 가운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역할이 주목받는다. 45년 항공과 운송사업 외길을 걸으며 대한항공의 성장을 이끌어온 조양호 회장을 빼놓고 대한항공의 역사를 논하기는 어렵다.
조양호 회장은 1974년 12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래 항공·운송사업 외길을 45년 이상 걸어온 전문가 중의 전문가다. 국내·외를 통틀어 조양호 회장 이상의 경력을 지닌 항공·운송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조 회장은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업무에 필요한 전 부서들을 두루 거쳐 실무를 겸비했다. 항공·운송 관련 모든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는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한 길만 오롯이 따라온 전문성과 누구보다 먼저 앞을 내다보는 리더십과 결단력은 조 회장을 국제 항공업계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당시 조 회장은 선친인 조중훈 창업주와 불황에 호황을 대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줄일 수 있는 원가는 줄이되, 시설과 장비 가동률 오히려 높였다. 또 항공기 구매도 계획대로 진행했다. 이와 같은 결단은 오일쇼크 이후 새로운 기회로 떠오른 중동 수요 확보 및 노선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
1997년 외환 위기도 극복 과정에서도 조 회장의 판단은 빛났다. 당시 대한항공 운영 항공기 112대 중 임차기는 14대뿐이었다. 조 회장은 이를 매각후 재임차해 유동성 위기에 대처했고 이는 IMF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됐다.
1998년에는 보잉737NG(Next Generation) 주력 모델인 보잉737-800 및 보잉737-900 기종 27대 구매 계약 체결했다. 보잉은 이에 대해 감사의 뜻으로 계약금을 줄이고, 금융까지 유리하게 주선했다. 이 항공기들은 대한항공 성장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2003년 세계 항공산업 침체기에도 조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A380을 도입했다. 이 판단 또한 적중했다. 2006년 이후 세계 항공시장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항공사들은 앞다퉈 차세대 항공기를 주문하기 시작해 항공기 도입이 지연됐지만 대한항공은 적기에 차세대 항공기들을 도입할 수 있었다.
조양호 회장은 세계 항공업계에 폭넓은 인맥과 해박한 실무지식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스카이팀 등 국제 항공업계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한 인물이고 스카이팀은 대한항공이 글로벌 명품 항공사로 도약해 나가는데 뒷받침이 되고 있다.
스카이팀 뿐만 아니라 전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들이 회원인 국제협력기구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IATA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 Board of Governors) 위원이자, 31명의 집행위원회 위원 중 별도 선출된 11명의 전략정책위원회(SPC, Strategy and Policy Committee) 위원으로서, IATA의 주요 전략 및 세부 정책 방향, 연간 예산, 회원사 자격 등의 굵직한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양호 회장의 IATA 내 위상은 명실공한 ‘항공업계의 UN 회의’라고 불리는 IATA 연차총회를 올해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하는 동인이 됐다. 또한 이는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도 작용하게 됐다.
조 회장은 최근 우리나라 항공사 최초로 조인트벤처를 성사시키며 새로운 혁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향후 항공사간 전략적 협력이 활성화될 것을 앞서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반독점면제(ATI, Anti-trust Immunity) 권한을 미리 취득한 것은 놀라운 식견”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5월 닻을 올린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는 치열한 글로벌 항공시장 경쟁을 뚫을 창이 됐고 앞으로 대한항공 실적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의 합리적인 경영 리더십은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주춧돌이 됐다”며 “그의 노하우와 혜안을 토대로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으로 한층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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