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기대감, 풍부한 유동성, 저평가 매력.
최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8개월 만에 3000선 돌파를 가능하게 해준 동력이라 할 수 있다.
4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상승한 마감하며 3000선을 돌파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3000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6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단숨에 3000선에 안착한 상하이종합지수가 강세장 이어가며 3200선, 3300선 고지를 향해 나아갈 것이란 전망도 시장에서 나온다. 이날 선전성분지수와 창업판 지수도 각각 2.36%, 3.31% 오르며 큰 폭 상승했다.
◆정책·유동성·저평가 매력 '삼박자'
올 들어서 4일까지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 상승폭은 각각 21.4%, 29.6% 올랐다. 최근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했을 때를 불마켓이라고 보는 만큼 중국증시는 이미 강세장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증시 강세장 배경엔 정책 기대감과 유동성, 그리고 저평가 매력이 작용했다는 평이다.
중국이 지난 1년새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다섯 차례 인하하는 등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독려에 은행권 위안화 신규대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게 뒷받침된 것.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1월 중국 신규 위안화 대출은 3조2300억 위안(약 537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달(1조800억 위안)의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전문가 예상치인 2조8000억~3조 위안도 훨씬 웃돌았다. 지난해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기조로 유동성 가뭄에 시달렸던 실물경제에 자금이 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는 유동성이 주식시장 상승을 이끄는 ‘유동성 랠리’의 신호탄이 됐다. 실제로 지난 4일에도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 거래대금은 올 들어 세 번째 1조 위안을 돌파하는 등 주식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빚을 내서 주식 투자하는 신용대주거래 잔액은 지난달 27일까지 8032억2500만 위안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넉달 만에 8000억 위안을 돌파한 것이다. 지난달 초 7109억2100만 위안과 비교해서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신용대주 잔액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증시 투자 자신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지난 3일부터 개막한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도 감세, 인프라 투자, 소비촉진책 등과 같은 경기부양책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증시 투자 기대감을 높였다.
중국 증시 글로벌화도 더 많은 외국인 자금을 흡수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세계 최대 주가지수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은 MSCI 신흥지수에 편입된 중국 본토기업 주식인 A주 비중을 5%에서 20%로 4배 높이기로 했다. 특히 오는 11월에는 대형주뿐만 아니라 중형주와 창업판(중국판 나스닥) 주식도 20% 편입비율로 추가될 예정이다. 이로써 MSCI 신흥지수 내 중국 주식 전체 비율은 현재 0.72%에서 3.3%로 오를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조치로 중국증시에 약 8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0조 원에 이르는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MSCI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인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지수와 미국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다우존스 지수도 A주를 편입할 계획으로, 이로써 올해는 중국 자본시장 글로벌화가 획기적 진전을 이루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외국인적격기관투자자(QFII) 투자한도 두 배로 확대하는 등 외국인 자금의 문턱을 낮추며 더 많은 외국인 투자자가 중국 증시로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전쟁 속 지난해 죽 쑨 중국증시···저평가 매력
지난해 중국 상하이·선전증시가 무역전쟁 충격으로 각각 25%, 33% 하락, 저평가된 것도 매력 포인트다. 실제로 중국증시는 전 세계적으로 비교적 저평가 된 시장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20일 기준, 상하이종합지수 주가수익비율(PER)은 12배로, 미국 S&P 500(19배), 일본 닛케이225지수(16배)보다 낮다. 일반적으로 PER이 낮을수록 실적 대비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한다.
이에 지난해 무역전쟁 등 리스크로 중국 증시에서 발을 뺏던 투자자들도 다시 회귀하는 모습이다. 각 증권사에서도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목을 메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사업부에서는 3월 1일부터 31일까지 '봄날의 공격'을 개시하라"라는 내용의 긴급동원령이 모 대형 증권사 영업맨들에게 뿌려진 건 그만큼 증권사가 신규 고객 유치 모으기에 혈안이 돼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각 증권사마다 유명 투자전략가를 초청해 투자자전략 설명회를 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식투자를 홍보하고. 심지어 한 증권사에서는 주식투자 수수료 '제로' 정책까지 내놓았다고 중국 현지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은 전했다.
◆ 2015년 증시 '광풍'과 다르다.
최근 중국 증시가 가파른 급등세를 보이지만, 지금의 상승세는 대폭락을 유발했던 2015년 광풍 당시와는 다르다는 진단도 나온다. 중국증시가 반짝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이는 약 4년 전의 위태로운 급등세보다는 안정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증시 랠리는 전 세계 증시 및 중화권 증시와 동조되는 광범위한 현상이며, 투기적 투자행태에 따른 특수한 급등세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증시의 밸류에이션 수준도 과도하게 높지 않고, 적정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2015년 주가 폭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 신용대주 거래도 많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물론 중국 증시에도 리스크도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율이 28년래 최저치인 6.6%까지 하락하는 등 경기 하방 압력에 따른 기업 실적 압력이 증시를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잇단 중국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 등 역시 증시에 악재가 될 수 있는 요소라는 지적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