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새로운 활로로 삼은 ‘이커머스’ 시장의 승패는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읽는 것’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조원대로 급증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그들의 니즈를 간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의 심연, 따뜻한 그 마음을 파고들기 위해서는 ‘차가운 기술력’이 수반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연말 기준 자사의 인공지능(AI)인 알렉사를 통해 물건을 구매한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3년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알렉사가 탑재된 가정용 음성인식 AI 에코로 말을 걸어 주문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렇듯 AI는 그동안 축적된 비슷한 연령대와 성별 고객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의한 고객에게 딱 맞는 맞춤형 제품을 쏙쏙 추천하는 비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AI를 활용한 이커머스 업체들의 기술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통업계 1위인 롯데그룹은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와 신뢰도 높은 상품정보, 전문성있는 조언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2016년 9월 그룹 내 AI 추진 전담팀을 꾸렸다.
같은해 12월에는 한국 IBM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IBM의 클라우드 기반 인지 컴퓨팅 기술 '왓슨(Watson)' 솔루션을 도입키로 했다.
롯데와 IBM이 왓슨을 활용해 진행할 인공지능 혁신 테마는 크게 두 가지로, '지능형 쇼핑 어드바이저'와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이다.
‘지능형 쇼핑 어드바이저’는 챗봇 기반의 앱(APP)으로, 2017년 롯데백화점에서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 해 일상대화, 상품추천, 상황추천, 매장안내, 음성대화, 이미지추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닷컴 등 온라인몰에선 상황추천과 주문 및 결제까지 연계, 사은행사 적용, 청구할인 안내까지 구현하고 있다. 롯데홈쇼핑도 온라인쇼핑몰을 중심으로 주문 및 배송·취소반품(CS) ARS, 모바일 음성주문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에스에스지닷컴(SSG.COM, 이하 SSG닷컴)을 출범한 신세계도 유통기업에서 IT 기술 기업으로 혁신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해 5월 AI 기반의 챗봇 서비스를 활용해 24시간 고객 응대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챗봇을 활용하면 제품 배송, 취소, 환불, 이벤트 공지, 교환 및 반품, 회원정보 관리, 쇼핑통장(고객 포인트 및 적립금), 영수증 관리 등이 가능하다.
궁극적인 목표는 ‘장보기봇’을 통해 고객이 AI 스피커 등 음성을 통해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쇼핑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SSG닷컴의 장보기봇이 더욱 정교해지면 제품의 종류 뿐만 아니라 브랜드까지 간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이커머스 1위 기업인 이베이코리아는 ‘조용한 혁신’을 꾀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AI 기술 보다는 데이터 축적에 나선 것. 이를 위해 1년여간 고객행동과 쇼핑패턴을 접목한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진행, 지난해 DB 구축을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매일 약 200개씩 제공되는 상품들을 ‘클러스터링(Clustering, 방대한 데이터를 특정 조건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수법)’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G마켓의 특가 이벤트 ‘슈퍼딜’과 옥션의 ‘올킬’은 클러스터링의 성과물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별 구매 패턴에 따라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구현해 1조원의 거래액을 올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서비스의 목표는 1000명이든, 1만명이든 각각 고객에게 딱 맞는 제품을 제공하기 위함”이라면서 “기술의 정교함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과연 무엇을 원하는 지 간파하는 쇼핑 데이터를 구축하는 업체가 이커머스 전쟁에서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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