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의 향방이다. 협상 타결 시 중국 경제가 정상 궤도로 재진입할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침체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
올해 대규모 경기부양을 예고한 중국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의 '질적 발전'까지 도모하는 운용의 묘를 발휘할지도 주목된다.
◆'6.0~6.5%' 성장률 목표치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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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5일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6.0~6.5%'로 제시했다.
2017년과 지난해 목표치가 '6.5% 안팎'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0.5% 포인트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991년부터 2014년까지 7%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은 2015년 6.9% 성장에 그쳤다. 그해 초 리커창 총리는 '바오치(保七·7%대 성장률 유지)'를 외쳤지만 결국 실패했다.
2017년부터 성장률 목표치가 6%대로 낮아지면서 바오류 시대가 시작됐다. 이번에 발표된 목표치 구간의 최하단은 6.0%로 바오류의 마지노선이다.
올해 경제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6%대 유지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도 위기감을 느끼고 재정지출 여력 확충 및 감세를 통한 투자 활성화 등을 추진키로 했다.
리 총리는 "올해 전국 재정지출은 23조 위안(약 3864조원) 이상으로 전년 대비 6.5% 늘렸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1조6000억 위안(약 268조8000억원) 정도의 재정을 더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정 적자율을 상향 조정하고 인프라 투자 목적의 지방정부 특수목적 채권 발행 한도를 늘렸다. 중국은 올해 철도 건설에 8000억 위안, 도로·수상운수에 1조8000억 위안을 각각 투입하기로 했다.
또 제조업 증치세(부가가치세) 세율을 기존 16%에서 13%로, 교통운수업·건축업은 10%에서 9%로 낮추는 등의 감세 조치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을 지원한다.
리 총리는 "기업을 위해 연간 2조 위안에 달하는 세금 및 사회보험료 납부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민생과 직결된 경제지표의 목표치는 건드리지 않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3% 이내), 도시 신규 취업(1100만명 이상), 도시 조사 실업률(5.5% 이내), 에너지 소비량 감축(3% 이내) 등의 목표치가 지난해와 동일하다.
이들 지표가 전년 대비 악화할 경우 자칫 민심이 동요할 것으로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관건은 무역전쟁, 미·중 정상회담 임박
중국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의 경제 정책 화두로 '질적 발전'을 제시했다. 고도 성장기가 끝난 만큼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으로의 체질 개선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계획이 꼬였다. 현재 중국 경제는 곳곳에서 위기 신호가 감지된다.
이날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이 발표한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1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았다. 앞서 지난달 28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월 제조업 PMI는 49.2로 2016년 2월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소매판매,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등 다른 지표들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디레버리징(부채 감축)과 공급 측 구조 개혁 등 경제의 질적 발전을 위한 정책을 뒤로 미루고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수뇌부가 고심 끝에 수립한 올해 경제 정책의 방향이 밑그림대로 향하려면 미국과의 갈등을 해결 또는 봉합해야 한다.
분수령은 이달 말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다. 양측이 무역협상 시한을 연장한 채 추가 담판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협상 타결과 관련해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문제에 있어 (협상 타결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고,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무역협상과 관련해 "앞으로 몇 주 안에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이달 27일께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 총리 역시 이날 정부 업무보고에서 △대외개방 확대 △지식재산권 보호 및 징벌적 배상제도 완비 △국유기업 개혁 등을 거론하며 미국 측이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핵심 사안에 대한 이견이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어 협상 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경제는 심리'라는 말처럼 무역전쟁이 끝나면 중국 경제도 제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중국 경제의 미래도 달려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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