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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드는 디플레이션] 물가 두달 연속 0%대 상승…깊어가는 '저성장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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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기자
입력 2019-03-06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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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물가지수 30개월만에 최저…유가ㆍ채솟값 급락 영향

  • 공공부문은 1.3% 올라…정부 '돈 풀어 경기부양' 한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머물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마트에서 장보러 나온 사람이 토마토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자물가가 연속 0%대 상승에 그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기정사실화된 경기 침체에 저물가까지 더해지면서 이 같은 우려에 더욱 힘이 실리는 실정이다.

디플레이션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디플레이션의 대표적인 현상은 부동산 가격 하락이다. 현재는 정부의 강한 억제 정책에 따른 현상이긴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얼어 붙은 상태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낮아지면 자연히 현금 등 자산이 중요해진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유동성 자산을 쌓아두게 되고 이는 곧 투자 위축으로 연결된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소비와 투자가 모두 감소하게 되면 결국 생산 감소로 연결된다.

최근 들어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저하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5% 올랐다. 2016년 8월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1월에도 동 기간 대비 0.8% 오르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 하락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은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 하락이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1.3% 하락해 전체 물가를 0.51% 포인트 끌어내렸다. 석유류는 2016년 5월(-11.9%)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품목별로는 휘발유 -14.2%, 경유 -8.9%, 자동차용 LPG -9.9%를 기록했다.

농축수산물도 1.4% 하락해 전체 물가를 0.11% 포인트 낮췄다. 특히 채소류가 15.1% 하락해 전체 물가를 0.27% 포인트 끌어내렸다. 지난해 한파로 가격이 급등한 것에 대한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유가하락과 계절적 요인이 더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이번에 물가가 0.5% 상승에 그친 것은 국제유가와 채소류 가격의 하락 폭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상반기 1%대를 유지하다가 하반기 들어 2%대를 회복했다. 이내 12월 들어서는 다시 1.3%로 낮아졌다. 경기 침체에 저물가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디플레이션 상황이 되면 경제 성장률도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저물가가 더해질 경우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제 전반이 가라앉을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도 경제 성장률을 낮춰 잡고 있는 실정이며, 우리나라도 2.5% 내외가 될 것"이라며 "낮춰 잡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기 활성화와 함께 물가상승률도 뒷받침해 줘야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만약 저물가 기조가 이어질 경우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일반 상품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이 같은 저물가·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된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2월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부문 물가는 1.3% 올랐지만, 공업제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8% 떨어졌다. 물가 상승을 상품이 아닌 공공부문이 이끌고 있는 모양새다.

김 교수는 "이런 현상을 계절적인 원인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상반기에 1%대 상승률, 하반기 2%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저효과에 따라 갈수록 낮아질 것이고 결국 디플레이션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정부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풀어 경기 부양책을 쓴다고는 하고 있지만 이 같은 지표들을 볼 때 크게 나아지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미·중 무역분쟁 결과 등 외부환경 변황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실제 물가와 물가지수 사이에 괴리가 있다. 소비증가율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부동산 등의 가격을 억지로 내려놓긴 했지만 소비 증가율이 낮은 것은 아니다"며 "경제 성장이 안 된다는 측면이 있지만 소비가 침체됐다고 보긴 어렵고,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고용도 안 되고 성장도 안 되고 반도체마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실제 장바구니 물가와 소비자물가지수가 어느 정도 괴리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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