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기준금리 인하설이 불거지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5일 정부업무보고에서 직접적으로 금리를 언급하면서다.
리 총리는 5일 정부업무보고에서 통화정책 운용방향에 대해 긴 시간을 할애해 얘기했다. 그는 “실질적 금리 수준을 낮추고, 대출 비용을 낮추고, 종합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급준비율·금리 등 수량형·가격형 통화수단을 적절히 운용해 금융기관 신용대출 공급을 확대해 대출비용을 낮출 것”이라고 전했다고 제일재경일보, 중국증권보 등 중국 현지 경제일간지는 6일 보도했다.
리 총리가 직접적으로 금리 카드를 언급하면서 시장에서는 중국이 올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 2분기 기준금리 인하 전망 '솔솔'
중국은 지난 2015년 10월 마지막으로 기준 금리를 인하한 이후 3년 넘게 동결해 온 상태로, 1년 만기 대출금리는 4.35%, 예금금리는 1.5%로 유지돼 왔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개발도상국과 비교해서는 낮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만큼 시장에서는 중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이다.
밍밍(明明) 중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수년간 정부업무보고에서 (금리와 관련한) 이런 문구가 나온 건 처음"이라며 이는 중국 지도부가 금리 인하에 대해 매우 명확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이 이르면 2분기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치커잔(戚克栴) 전 중금공사(CICC) 투자은행부 이사총경리는 "미·중 무역전쟁, 공급측개혁,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등에 따른 영향에 중국 경제가 대비해야 한다"며 금리 인하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인도가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한데 이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에서도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기준금리 수준은 서방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으로 이는 위안화 강세를 촉발해 중국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 연내 0.25~0.5% 포인트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하며, 여기에 추가로 0.25~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봤다.
후웨샤오(胡月曉) 상하이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 인하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데 중요하다”며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조만간 꺼낼 것으로 예상했다. 원빈(温彬) 중국 민생은행 수석 연구원도 "국내외 경제 형세와 글로벌 주요국 통화정책 현황, 그리고 중국의 현재 경제 펀더멘털과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볼 때 금리 인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무역전쟁 등 타격으로 중국 경기둔화 속도는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6%로,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올 1분기에는 6.0%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중국 관영매체를 통해 나온다. 최근 국내외 수요 부진,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영향으로 물가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국의 지난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증가율은 0.1%로 제로에 근접, 디플레이션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 "경기상황에 달려있다" 금리 인하 '신중론'도
중국 통화정책 옵션에 금리 카드는 항상 포함돼 있지만 인민은행이 실제 꺼낼지 여부는 국내외 경제형세에 달려있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실제로 올초 주허신(朱鶴新) 인민은행 부행장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선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지준율 인하 등 현행 통화완화 정책이 경기 하방 압력을 방어하는데 부족하다는 판단이 설 경우엔 추가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리 총리도 줄곧 '홍수처럼 돈을 풀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난 2009년 때처럼 양적 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은 지양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쳐왔다.
우거(伍戈) 중국 창장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금리 인하 여부는 향후 경제형세, 기업들의 경영 환경에 달려있다고 봤다. 그는 중국 기업 순익 증가율이 계속해서 둔화할수록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중국이 2분기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 경기둔화 속에 공업기업 이익은 지난해 11, 12월 두달 연속 마이너스 성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황원타오(黃文濤) 중신건설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중국 통화정책 운용 압박이 낮아졌다"며 금리 인하 여부는 이제 중국 국내 경기상황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예대금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물론 공개시장조작,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선별적 중기유동성지원창구(TMLF) 등의 정책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은행간 시중금리가 현재 공개시장조작 정책금리보다 장기적으로 낮은 상황이라 정책금리를 낮출 공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 시중 금리 이미 낮아···금리 인하 '반대론'도
다만 기준금리 인하가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 1월 중국 은행권 신규 대출이 3조2300억 위안(약 542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여러 경제·금융 통계수치로 볼 때 금리 이하 필요성이 뚜렷이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짱민(臧旻) 훙신증권 연구책임자는 "통화·채권시장 금리가 이미 뚜렷이 낮아졌다"며 "중요한 건 통화정책 전도 매커니즘을 완비해 시장에 돈이 원활하게 돌게끔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기준금리 이하보다는 자금난에 처한 중소 민영기업에 대출을 확대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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