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재정비는 '대미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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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9-03-0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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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정보당국, 북한 동창리·산음동 미사일 단지 움직임 포착

  • 전문가들 "동창리 쓸 만한 시설 아니다…도발 목적은 아닐 것"

[사진=EPA·연합뉴스]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후인 지난 6일,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평양 외곽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잇따라 움직임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하면서도, 만약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통해 미국과 긴장감을 조성하려는 의도라면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7일 국방부·국가정보원·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에 따르면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철거 시설 가운데 일부를 복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북한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서도 물자 운송용 차량이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CSIS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실제 미사일 발사대 덮개가 열린 모습, 미사일 이동 구조물이 재조립되고 벽이 세워지는 모습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ICBM 시험 발사장소로 북한은 지난 2016년 2월 이 장소에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바 있다.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개발부터 생산·조립·시험 등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곳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측은 7일 “동창리와 산음동 연구단지를 포함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움직임이 ‘대미 메시지’라면 제3차 핵협상을 위한 논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ICBM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의해 불특정 장소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고정식)동창리 발사장은 쓸만한 시설이 아니다”라면서 “도발이라고까지는 볼 수 없고 미국에 대한 심리전 정도로 해석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트와 김정은이 상당한 정치적 자산을 투자한 상황에서 회담이 실패로 끝나면서 양 측 다 타격을 입었다"며 "두 정상이 다시 협상에 도전하려면 비핵화와 경제적 지원에 대한 확실한 매듭이 필요한데, 북미관계가 경색되면서 정상이 안나서고 관료들의 실무회담으로 들어가면 협상 도출 단계가 굉장히 어려워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과에 상관없이 북한에 대한 대화 재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도발을 강행한다면 북한을 옥죄고 있는 국제사회 대북 제재 공조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 북한 경제를 살려야 하는 절박함이 있는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이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불가능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북 정책에서 만큼은 ‘비핵화=경제지원’이라는 비교적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면서 “한미군사훈련을 연기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일관되게 칭찬하면서도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역대 최고 수준의 대북제재를 이어가는 것을 보면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를 제외한) 대화 여지를 안주는 것이고, 현재 북한의 모든 경제 포커스가 제재 완화에 꽂혀있는 상황에서 는 김 위원장이 ‘핵도발’을 카드로 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리전은 언제든 '도발' 카드로 바뀔 수 있다. 북한은 과거와 달리 김 위원장이 평양을 출발할 때부터 대대적으로 언론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이번 회담과 북한의 바닥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내부 결속을 위해서라도 김 위원장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수 도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김 위원장이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할 경우 중재역을 자처하고 있는 한국도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다자간 협상의 틀과 북미를 회담장으로 이끌 확실한 유인책을 내놔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고유한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북미 양자간 톱다운 방식의 담판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면서 “대북제재에는 미국 뿐 아니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도 참여하고 있는 만큼 양자협상에서 벗어나 핵심국가들과 다자틀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유력 카드로 거론하고 있는 ‘금강산’ 개성공단‘과 관련한 원포인트 제재 완화와 관련해서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 지도 변수다. 통일부는 앞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제재 범위 안에서 북측과 신뢰를 확인할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회담 결렬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인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한 외교 고위 소식통은 “금강산, 개성공단 제재 완화는 국제사회가 공조하고 있는 대북제재와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미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대통령의 의중이니까 전달은 하겠지만 미국 심기만 불편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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